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라 Feb 08. 2023

오만에서 요가 리트릿

친구의 권유로 last minute으로 sign up 한 오만에서의 yoga retreat에 다녀왔다. Sukun이라는 요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ras al khaimah에서 출발해서 day trip으로 오만의 khasab에 가서 워터 액티비티를 즐기고 해변에서의 요가와 사운드 힐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런 retreat을 참가하는 게 처음이었고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친구가 정말 가고 싶어 했고 내가 언제 또 오만을 가볼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 큰맘 먹고 sign up 했다! 

다사다난했던 저번 학기를 끝나고 행운처럼 찾아온 기회로 하는 UAE 여행이니만큼 즐길 것 다 즐기고 가자라는 마인드로 지난 며칠을 보냈다. 덕분에 현재 행복 지수는 역대 최고다.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동료들도 너무 반갑고 그리웠던 아랍 음식도 너무 맛있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4일간의 Khalifa University 프로그램을 마치고 친구와 바로 Ras Al Khaimah로 떠났다. 아부다비에서 새벽에 출발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서 전날 오후에 미리 떠났고 2시간 반 정도 운전해서 호텔에 도착했다. 근처 한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우리 둘 다 피곤했는지 거의 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바로 요가 스튜디오로 향했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있어서 예정보다 늦게 출발했고 UAE에서 오만으로 국경을 건널 때 또 딜레이가 있었다. GCC (아라비아 반도 국가) 여권을 가진 사람들은 바로 국경을 건널 수 있지만 나는 내려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비자는 발급받지 않아도 됐고 서류 채우거나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얼굴만 확인하는 거였는데 사람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리는 듯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차 타고 국경을 건너는 새로운 경험을 한 후 오만에 도착했다. 1시간 넘지 버스를 타고 내려서 배에 탔다. 20여 명의 참석인원과 짐을 싣고도 공간이 많이 남는 큰 보트였다. 아랍식 바닥 소파에 앉아 아랍 음악까지 들으면서 항해하니 정말 이국적인 분위기가 났다. 아 물론 나만 이국적이라고 생각했다 (참석자 전원이 여자였고 나와 콜롬비아인 가족 3명을 제외하고는 다 아랍인이었다). 

햇볕은 쨍쨍했어도 바다 바람은 꽤 쌀쌀했는데 그 마저도 좋았다. 보트를 타고 가다 돌고래도 보았다. 수족관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돌고래를 보니까 진짜 신기했다. 

작은 섬 가까이에 닻을 내렸고 워터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과감히 물 안으로 들어가서 수영도 하고 스노클링도 처음으로 해봤다. 좀 무서워서 깊게는 못 들어가고 거의 수면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파란빛의 열대 물고기들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놀고 나니 엄청 피곤하고 배고팠는데 보트에서 바비큐 런치가 준비되어 있었다. 배고파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맛있었다. 바비큐 치킨, 생선, 후무스, 샐러드, 브리야니에 샤와르마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보트를 타고 좀 더 가서 요가를 할 섬에 도착했다. 예쁘게 셋업이 이미 되어있었다. 도착했을 때 5시쯤 해가 질 때쯤이었는데 해변 산책 좀 하고 사진도 찍고 하다가 그룹 요가를 했다. 인센스를 켜서 좋은 향기가 났고 바다 바람과 물결 소리까지 정말 힐링되는 분위기였다. 

내게 익숙한 애쉬탕가처럼 인텐스 한 요가는 아니었고 거의 스트레칭 수준의 가벼운 요가였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시원하고 좋았다. 마지막에는 거의 깜깜했는데 베개와 담요까지 준비해 줘서 편안히 쉴 수 있었다. 에센셜 오일 향기를 맡고 singing bowl 소리를 들으며 명상이 아니라 거의 잠들었다. 생각을 비워야 하는데 가만히 누워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더 많이 났다. 대학원 취업 등등 여러 걱정거리가 어김없이 떠올랐고 생각을 멀리하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고 기억했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고 다시 섬을 떠나 보트를 탔다. 


요가 세션 이후 평화롭게 밤바다를 즐기겠거니 했으나 예상을 뛰어넘게도 신나는 아랍 음악이 울려 퍼졌고 광란의 댄스파티가 이어졌다. 아랍 여자들은 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큰 착각이다. 내가 지금껏 본 바로는 누구보다 흥 많고 기 센 여자들이다. 덕분에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여행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진짜 무슨 리얼리티 티브이쇼 보는 것처럼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끊이지 않았다. 알코올이 없어도 이렇게 흥이 많을 수가 있구나를 느끼게 해 줬다. 

그렇게 보트를 타고 버스를 타고 거의 자정이 돼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정말 긴 하루였는데 알찼다. 외국인이 거의 없어서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반갑게 맞아줘서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생각했던 고요하고 힐링되는 요가 리트릿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았던 날이었다. UAE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오만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새로운 아랍 친구들을 사귀면서 문화도 배우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자연경관 속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었던 짧은 여행이었다. 

무인도에서는 별이 참 잘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