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차니 Mar 07. 2019

2. 결단.

두 번째 이야기


① 2011 대학수학능력시험 끝 (2010.11.18.)


나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 못했다.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했었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숙제만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했고 더 공부하거나 발전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게임과 드라마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야간자율학습시간 중간에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러 가거나, 성균관 스캔들 본방송을 시청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즐기고 싶었던 것들을 참았어야 했다. 남은 100일 동안 집중하여 수능준비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난 집중하지 못했고 의지도 부족했다. 그리고 인생에 대한 절실함이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70%가 연계된다던 EBS교재만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벅찼다.  결국 여러 시리즈(수능특강, 수능완성, 고득점. etc)로 구성되어 있던 EBS교재조차도 다 끝내지 못했다. 


나는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불안한 마음과 함께 2011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② Megastudy 재수 선행반


심지어 2011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가장 어려운 수능 중 하나였다. 너무나도 어려운 나머지, 언어영역 시간부터 혼란스럽고 버거웠다. 그 상태로 끝까지 시험을 치렀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끝이 났다. 결과는 참담했고 부끄러운 점수였다. 그동안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부모님께서 “3년 동안 고생했다”고 토닥여주셨다. 그러나 고등학교 3년 동안 난 고생을 한 적이 없었다. 자녀를 위해 학원과 과외를 보내주셨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착잡했고, 후회가 들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 후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마음 편히 쉬라고 하셨지만, 내 마음은 편지 않았다. 내 꿈은 간호사이고, 간호학과에 진학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수능성적으로 자대 병원을 가진 간호 대학에 입학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학과에는 꼭 입학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는 간호 대학에 대해 다방면적으로 찾아보았고 원서를 지원하였다. 혹시나 지원한 대학에 떨어지는 것에 대한 대비와, 다음 수능을 더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께 재수 선행반을 등록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나는 다른 친구들은 수능이 끝나고 쉬고 있는 시간에 재수 선행반 생활을 시작했다.



③ 간호대학 입학


일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6일은 7am~10pm이라는 시간 동안 학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재수 선행반을 다니면서 마치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니는 거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즐거운 분위기였다면, 재수 선행반은 무겁고 숨이 막히는 분위기였고 웃음이 거의 없었다. 개강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초창기여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재수 선행반을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가 있었는데, 말도 잘 통하고, 공감도 잘되었다. 한 때 자습시간에 떠들다가 걸려서, 밖에서 벌을 섰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지금쯤이면 성균관대학교 졸업 후 자신의 원하는 회사에 취직했을 거라 생각된다.


한 달쯤 지났을까, 한 대학교에서 합격이라는 연락이 왔다. 한편으로는 정말 기쁘면서도 고민이 생기게 되었다. 합격한 간호대학은 자대병원도 없었다. 내 성적수준에 자대병원이 있는 간호대학을 간다는 건 과분한 욕심이고 억지일 뿐이었다. 선택지는 두 가지 였다. 첫 번째. 자대병원이 없는, 내가 합격한 간호대학에 입학한다. 두 번째, 재수를 해서 자대병원이 있는 간호대학에 입학한다. 이 두 가지 보기에 대해 고민했고 결단이 필요했다. 미래 간호사를 꿈꾸던 학생으로서 중요한 시기였다. 매우 심각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었다. 그 이유는 자대병원이 있는 간호대학은 병원실습 면이나 시스템적인 면에서 자대병원이 없는 간호대학에 비해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고. 나 자신 스스로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그 당시에는 공부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고, 재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재수를 선택 했지만, 나는 재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나는 내가 합격한 대학에 입학하기로 결심했다. 초라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나를 받아준 대학에 감사했다. 이 감사함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결국 밝은 길이 보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간호사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작가의 이전글 1. 간호사를 꿈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