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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수 Dec 06. 2021

엄마, 잘하고 있어 -김경민

Born in 1992.09.27


   서른의 가을, 엄마가 나를 낳은 그 나이 그 계절에 나도 아이를 낳았다. 그래서인지 더욱더 아이를 품고, 낳고, 키우며 매 순간 엄마 생각을 한다. 부모가 되어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더니, 내 아이를 보면서 매일 내 안의 엄마를 만난다.



   엄마는 한 번의 아픔 후 나를 낳았다. 내가 너무 귀했던지라 정말 어렵게 키웠다고 했다. 내가 조금만 ‘엥-’하고 울어도 어디 아픈가 싶어 곧장 병원부터 달려갔고, 바닥에 내려놓기만 해도 울어서 나를 업고 밥을 먹고, 업고 앉아서 잤다. 조금만 생활 소음이 들려도 우는 나 때문에 집은 항상 절간 같았고, 1년이 넘도록 외출 외식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예민했던 편이라 무려 돌 때까지 저렇게 울어 재꼈다고 한다) 내가 처음 유치원에 가던 날에는 가기 싫어 우는 나를 선생님 손에 맡기고 유치원 담장 너머에 숨어 울었다고도 했다.


   사춘기 시절, 친척들은 만날 때마다 어릴 적 내가 너무나 예민했으며,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나를 키웠는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얘기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꼭 ‘그러니 넌 엄마한테 잘해야 해!’를 한 세트처럼 붙였다. 철없고 반항심만 가득했던 시절에는 내가 별나서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이 민망하고 죄스러워 괜히 화를 냈고, 엄마의 에피소드들을 마치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 하는 무용담처럼 넘겨 버리곤 했다. 한참이 지나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엄마가 편해야 아이가 편하다’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듣고는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엄마처럼 힘들게 키우지 말고 ‘쿨하고 여유롭게’ 키워야지 다짐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나도 영락없는  무용담  우리 엄마가 되어있었다. 아이의 갑작스러운 울음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소화가  돼서 분수토를  날에는 혹여나 잘못될까 무서워 혼이 나가는  같았다. 내려놓으면 우는 아이를 차마 눕힐  없어 안고 자고, 아이를 떼어 놓고는 2시간도 나가 있지를 못했다. (나가 있고 싶지 않았다가  정확한 표현일  같다) 심지어 남들은 천국이라 하는 조리원에서 모자동실 시간이 끝나고 신생아실로 아이를 돌려보낼  난데없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이를 돌보는 나를 보고 누군가가 애가  울게 놔두어도 별일나지 않는데,  유난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너무나 본능적이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몸이,  마음이 힘들고 지치지만 그게 싫거나  때려치우고 싶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저 너무 당연해서 마치 내가 이전에도   자고,   먹었던 사람인 마냥 예전 자유롭던  모습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모습이 유난스러워도 계속 부족한  같았다. 아이에게 내가   있는 힘을 온전히 다해도 뭔가 모자란  같았다. 이런 것이 부모 마음이겠거니 느끼면서 30 , 서른에, 예민한  아이를 키우던 우리 엄마도  나와 같은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아주 어렸을 때 엄마의 모습이 내 몸속에 켜켜이 축적되어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우는 내가 걱정되어 병원으로 달려가던 엄마, 우는 나를 보는 게 힘들어 손목과 무릎이 나가도록 안아서 달랜 엄마, 나를 업고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던 엄마, 나 때문에 밥때를 놓쳐 새벽에 다이제로 끼니를 때웠던 엄마는 지금 서른인 내 안 깊숙이 자리 잡아 내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나는 검색만 하면 각종 육아 팁과 정보들이 쏟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어 힘들면 검색해보고, 전문가들의 통계와 수많은 엄마들의 경험담을 보면서 내가 하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나는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다. 육아처럼 명확한 답이 없는 일을 매일 반복해서 하다보면 이런 자기 위안이 서툴렀던 오늘을 자책하지 않고 내일 또 아이에게 웃어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30년 전,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애 둘을 키운 엄마에게는 위안을 줄 매개체가 많지 않았다. 자기 위안은커녕 작은 실수에도 몇 번이고 당신의 탓을 하며 괴로워했을 것임을, 어디 물어보고 싶고 하소연하고 싶어도 그냥 엄마이기 때문에 꾹 참고 넘겨왔을 것임을 내가 엄마가 된 이후에야 짐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정말로 타임머신이 개발된다면 30년 전의 엄마를 만나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 참 잘하고 있다고. 아이가 커서 아기를 낳으면 진심으로 당신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할 거라고.



30 ± 1,

[엄마, 잘하고 있어]

written by KIM KYUNGMIN

@kyungmin.jade.kim

김경민, born in 199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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