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아가리(호구)로 들어가기
3월 2일.
학생에게나 교사에게나 가장 떨리고 긴장되는 날이다. 새로운 교실을 찾아 오는 아이들은 쭈삣쭈삣 조심스럽게 교실에 발을 내디디며 어디에 앉아야 할지, 신발은 어디 두어야 할지 교실 앞에 앉아있는 낯선 어른의 눈치를 살핀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반을 미리 차지하고 앉아있는 교사는 한 명씩 자리를 잡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관상을 살피며 이녀석과의 한 해가 어떨지를 미리 점쳐본다.
올해는 유독 학년 구성할 때부터 5학년은 잡음이 많았다. 우리학교 교사들은 2월이 되면 3월부터 맡게될 학년을 정하게 되는데 무려 5지망까지 지원할 수 있는 지원서에 아무도 5학년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 6개 학년이니 아무도 5학년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필히 누구나 알고 있는 이유가 있을 터.
그렇다. 올해 5학년이 되는 아이들 중에는 유독 명성이 높은(?) 친구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추리고 추려 TOP 3만 꼽아 보아도 ADHD와 반항장애적인 성격을 두루 갖춘 친구들이다. 물론 운이 좋다면 이들을 피해 학급을 맡을 수도 있겠지만 리스크란 원래 0에 수렴할 수록 좋은 것 아니겠나.
따라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피하고 남은 기피학년 자리들은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채 발령받는 전입, 신입 교사들과 복직 교사들이 차지하게 되는게 이 업계의 관행이라면 관행이랄까. 지금까지는 그렇게 우야무야 떠 넘기기가 자행되어 왔다. 나도 첫 해는 그렇게 독박을 썼었고.
그런데 내가 미쳤지. 이런 줄 알면서도,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으면서도 내가 왜 호랑이 아가리(호구)에 내발로 걸어 들어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