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중국 상하이 자동차로 넘어간 뒤 몇 년만에 상하이 자동차는 기술을 다 빼먹고 쌍용차를 정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해고가 일어났고 해고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이 77일간 공장을 점거하다가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인해 결국 해산된 사건이다. 그 이후로도 해고 노동자들은 고통 속에서 투쟁하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었다.
그 후 인도의 마힌드라 자동차 회사가 쌍용차를 인수하게 된다.
그즈음 가까운 지인이 쌍용차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때는 쌍용이 큰 고비를 넘긴 시기이기도 했고 새로운 회사가 인수하여 새로운 인력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지인은 마침 쌍용자동차의 임원으로 계신 삼촌 찬스로 면접을 무사히(?)통과하고 쌍용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쌍용차는 한때 위태로운 기업이었지만 직원에 대한 급여, 복지는 현대차 못지 않았다. 공무원 생활 십년했던 나보다 쌍용에 갓 입사한 그 지인의 초봉이 훨씬 높았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불안정했던 생활을 청산하고 당당하게 대기업에 입사하게된 지인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대화를 하다보니 그 당시 큰 이슈였던 쌍용차 사태 이야기도 자연스레 흘러 나오게 됐다.
"쌍용차는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났는데 그때 해고된 노동자들이 너무 불쌍해요. 그들도 같이 갈 수는 없었는건지......"
나의 이 말에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노력이 부족해서 도태된거죠."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확 올라오는걸 느꼈다.
'노력? 노오력? 당신은 진정 노력으로 그 자리에 간거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이었다.
대신 이 말을 했다. "그들에게 닥친 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내 말에 발끈한 지인의 목소리톤이 높아지자 옆에 있던 남편이 다급하게 화제를 돌리며 스파크가 튈 뻔한 그 주제는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었다.
그 후로 십여년이 지났고 그 지인은 여전히 쌍용차의 직원이다.
요즘 다시금 위기에 빠진 쌍용차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파산한다느니, 다른 기업이 인수합병할거라느니, 잊을만 하면 뉴스 헤드라인에 소식이 뜬다. 쌍용차의 향방이 어찌됐건 쌍용차의 회생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이미 직원들은 무급휴직, 급여삭감 등으로 버티고 있고 그 지인의상황도 마찬가지이다.
2009년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정리해고의 칼날이 그 지인에게로 향한다면 그것은 그의 노력이 부족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