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어머니는 2017년 암 수술 이후부터 올해 담석증 수술까지. 그 사이에 있었던 암 재발, 교통사고 등 큰 수술, 작은 수술들까지 하면 약 8년간 병원을 밥 먹듯 드나들었다.
가까이 사는 큰 아들 내외가 제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둘째, 셋째 아들네도 뻔질나게 병원과 시댁을 오가야 했다. 혼자 병원을 다니고 수속을 하는 환자들도 있겠지만, 지극한 효자들을 둔 어머니는 아들, 며느리의 병간호와 수발을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받았다. 무슨 복이 있어 저렇게 효도를 받는지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그런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효자 아들들도 오랜 병시중에 지치기는 지치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이대로 어머니가 돌아가실까 봐 울고불고 혼신을 다하던 아들이었지만 저도 나이 들어가기는 마찬가지라 50에 가까워 오니 본인 몸을 살필 때가 되었다. 가까이에 살면서 시어머니의 간병까지 했던 효부 첫째 며느리는 최근에 건강검진에 이상이 발견돼 자신의 몸을 추스를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시어머니는 위태로운 생명의 고비들을 수차례 넘겼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계신다. 나이가 드는 만큼 몸이 노쇠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힘든 수술들을 이겨내시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몸에 좋다는 것을 챙기고 나쁜 것을 철저히 가리는 생활을 하고 계시다. 교통사고를 냈던 차는 폐차를 시켰지만 새 차를 살 계획도 하고 계신다. 지금이 칠십 대 중반인데 앞으로 십 년은 더 운전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신 듯하다.
아마 이 시대의 노인들은 100세쯤은 거뜬하게 살 것이다. 나의 할머니도 현재 90대이시지만 정정하게 혼자 살림을 하며 스스로를 돌보고 사신다. 아프지 않고 독립적으로 장수할 수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지만 나의 시어머니처럼 입퇴원을 반복하며 윗돌 빼어 아랫돌 괴듯 생명을 연장해 나가는 것은 고통스러운 미래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자신의 힘으로 유지해 나가지 못하고 자식, 병원의 도움을 받아서 살아야 한다면 더더욱 참담한 노년이 아닐 수 없다. 내게는 고령화 시대의 유병 장수가 가장 두려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