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간 기획하던 작품들이 하나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나는 프로듀서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인가,
모든 것은 섣부른 도전이었던 건가,
남들과 비교하며 부정적인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렇게 자존감은 바닥을 향해가고 있었고,
일에 대한 흥미 역시 자연스레 잃어 갔다.
그저 좋은 작품,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하지만 모두가 아는 진리.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진정성만으로는 결과가 언제나 뒤따르진 않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리석게도 너무나 조급한 마음이었다.
이야기에도, 일의 과정에도 정답이란 없는데, 정답을 찾으려고 애썼다.
정답이 있다고 믿었던것 같다.
그리고 결과는 내 의지와는 별개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런데 언제나 그 결과에 집착했던 것 같다.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좋아했던 일이었기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즐기는 마음을 앞질렀던 탓이다.
과정과 결과 모두를 놓치면 삶의 밸런스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그렇게 자기 비난과 무력감이 극에 달했을 무렵,
행복이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었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그 작은 생명체가 뿜어내는 우렁찬 소리.
그 생명력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났다.
그 날 나는 알았던 것 같다.
완전히 고갈된 내 영혼을 채워주러 이 아이가 나에게 왔구나.
그 심장소리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그동안 내가 버텨온 방식대로
또다시 나를 채찍질하며 나 자신을 몰아세웠을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생각보다는,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내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지고 싶었다.
마음이 안정된 엄마로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스쳤다.
그렇게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아이를 위한 시간일 줄 알았는데,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상담시간동안 상담선생님이 가장 많이 한 말 그리고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너가 어떤 상태이든, 무엇을 하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나는 너를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해.”
그 말을 할때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그동안 나 자신에게 비난의 말들, 채찍질의 말들만 쏟아냈던 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리고 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아이에게 아낌없이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행복의 시작은 여기였구나.
여전히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훈련중이다.
이제 곧 아이가 태어난다.
행복이를 품고 낳고 기르는 시간들 모두가,
행복이를 통해 내가 나를 재양육하는 시간일 것이다.
행복이에게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곧 내가 나에게 하는 말과 행동일 것이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전혀 상상하지 못할 시간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