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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하루

내가 좋아하는 것들

by 행복맘


행복이를 만나기 전까지 집에서 오롯이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바쁘게 전화기 울릴 일이 없으니 뭘 하든 행동 그 자체에 몰입과 집중을 하게 된다.

그동안 순간순간 내가 느꼈던, 좋아하는 것들을 구체화해봤다.


-찌개에 들어가는 애호박의 살짝 단단한 식감을 좋아한다

-식사할 때 탄산수를 곁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냉장고가 적당히 비워져 있는 상태를 좋아한다

-차를 마실 때는 티백보다 잎차를 우려먹는 걸 좋아한다

-내가 만드는 라떼를 좋아한다

-오후 시간에는 음악없이 있는 게 좋다

-아침 시간에는 음악을 조용히 틀어놓는게 좋다

-세제보다 비누가 좋다

-양파가 너무 물르지 않은 볶음 요리를 좋아한다

-희녹 비누로 샤워하는 걸 좋아한다

-샤워 후 파머스 바디오일과 로션을 발랐을 때 포근한 느낌이 좋다

-국물 요리 할 때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걸 좋아한다

-맑은데 칼칼한 국물을 좋아한다

-청소할 때는 로봇청소기가 닿지 않아도 커튼을 공중에 묶어놓는 걸 좋아한다

-to do list를 보드마카로 이케아 보드에 적는 걸 좋아한다

-집에 있을 때 남편 맨투맨 티를 입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밥 먹고 나서 시원한 요구르트 한 잔 마시는 게 좋다

-저녁 식사 후 남편하고 동네 공원 한 바퀴 돌면서 수다떠는 시간이 좋다

-냥이들과 한바탕 놀고 냥이들을 따라 잠시 거실 바닥에 발바닥을 붙이고 앉아있는 시간이 좋다

-남편이 출근할 때 뿌린 향수의 잔향이 남아있는 오전의 옷방 냄새를 좋아한다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식탁을 바라보는 게 좋다

-아침 환기 시간에 맡는 바람냄새가 좋다

-겨울에 따뜻한 차 한잔을 하면서 후드집업 대신 두터운 담요를 뒤집어 쓰고 해가 떠오르는 걸 바라보는 시간이 좋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으로 사소하지만, 소중한 나의 취향들이지 싶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지 않으면 절대 생각해 볼일 없거나 잠깐 스치고 지나갈 것들.


이 리스트를 작성하면서도 괜스레 기분이 좋다.

더 자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야지.

이중 단 하나라도 내 하루를 채워줬다면, 그 날이 바로 행복한 하루가 아닐까.


능력을 인정받는 것,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참여한 작품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

승진하는 것, 연봉이 오르는 것, 값비싼 옷을 사는 것, 비싼 음식을 먹는 것 등등.

그런 것이 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지난 날들.


너무 상투적이어서 쓰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써야겠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이 행복이다.

나를 정성껏 돌보고 내 감정에 집중하고 그 순간을 충분히 느끼는 것. 행복은 일상에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분명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그 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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