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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썰 풉니다

눈물이 너무 많은 엄마

by 행복맘


12월 18일. D-day.

오전 8시. 담당 교수님의 초음파 검사가 끝나고 곧바로 시작된 수술 준비.

정신없이 수술 침대에 오르고, 순간의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수술 침대에 누운채 천장 밖에 안보이는 시야에 의지해 어디론가 끌려가는 기분이란..

외롭고, 차갑다.

슬프게도 하반신 마취가 잘 들지 않아서 전신마취.

전신마취 시작한다고 마취과 선생님이 말한 뒤 호흡 두 번만에 의식 잃음.

그리고 정신이 든 곳은 회복실. 깨어나자마자 애기 상태 괜찮냐고 확인했다.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은 모른다고 답하셔서 걱정이 다시 한아름...

밖으로 나오자마자 수술이 끝났다는 안도감, 아기를 못봤다는 서러움?, 애기 잘 나왔나 걱정에

눈물이 터졌다. 남편 목소리 듣는 순간 더 터져버린 눈물..

아기는 다행히 건강하고, 남편이 찍은 사진까지 확인하고나서야 맘을 놓을 수 있었다.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하루. 송장처럼 누워있던 하루.

누워서 아기사진만 무한 반복으로 봤다.

12월 19일. 아기 첫만남.

자궁수축 정도와 피가 고여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간호사 쌤이 배를 누르는데

이게 모든 통증 중에 제일 아팠다.

진짜 악!! 소리 지르고 눈물이 또 터져나왔다. 너무 아팠다 정말..

무통주사에 의지하는 상황이지만 아기 만나러 가야 된다는 일념하에 일어서려고 부단하게 노력..

소변줄 떼고 소변 보는데에도 너무 힘들었다.

저녁 7시 36분! 드디어 처음으로 만난 내 딸! 또 보자마자 눈물이 팡...

엄마가 너무 눈물이 많아 행복아.. 어쩜좋니..

너무 작고 귀여운 내딸.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던 순간.

아이는 쌕쌕 거리며 꿈나라에 있는데 유리창 밖으로 엄마가 너무 호들갑인것 같..

하지만 좋은 걸 어떻게 해. 한순간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눈에 담았다.

만남에 주어진 시간은 고작 3분. 헤어질 때 어찌나 아쉽던지...

12월 20일. 첫 모유수유.

가슴이 아직은 땅땅해지진 않았지만 아기가 너무 보고 싶어서 모유수유 신청을 했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보는 내 딸. 너무 예뻤다. 오밀조밀 귀엽게도 생겼어 ^^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서, 안으면 부서질까봐서 어찌나 뚝딱였는지.

어찌저찌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젖을 물리고 행복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쌕쌕거리는 숨소리 하나하나 신기하고, 감사하고...기특하고, 예뻤다.

그 자그마한 입으로 빠는 힘이 어찌나 쎄던지. 생명의 신비까지 느껴졌던 순간.

공갈 젖꼭지만 물다 갔지만, 바라만 봐도 예쁜 내새끼.

12월 21일. 첫 유축.

가슴이 땅땅해짐을 느낀다. 아플까봐 떨리는 마음으로 유축 시작, 다행히 양쪽 다 성공했다.

남편이 머리를 감겨줬다. 떡진 내 머리.. 시원하게~ 샴푸도 2번이나 해줬다.

나이먹어 오빠도 고생이 참 많다.

좁은 소파침대에서 침낭으로 자면서 고생하는 남편도 짠하다.

그렇지만 불평불만 없이 잘 지내주고 마사지도 많이 해주고.. 고맙다.

오빠같은 남편 없다고, 다시 한번 느낀다.

그리고 나보다 더 호들갑. 딸바보인 남편을 바라보는 것도 흐뭇하다. 감사하다.

12월 22일. 병원 생활 4일 째 아침.

이제 좀 살만해졌다. 또역국(또, 미역국)을 열심히 먹고..

창밖에 햇살이 너무 예뻐서 병원 복도 라운지에 나왔다.

오늘은 남편 생일이다. 간병하느라 웃풍 있는 소파에서 침낭 뒤집어 쓰고 생일을 맞이한 남편.

나이들면 생일 같은 건 신경 안쓰게 된다며 미안해하는 나를 달랜다. 고마운 내 남편.

미역국이라도 같이 먹을까 해서 보호자 식사를 신청했는데,

웬걸. 보호자 식사는 시래기 된장국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서 한참을 웃었다.

내 미역국 한 숟갈 떠 먹이고, 조촐하게 Happy birthday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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