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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느님 Nov 26. 2017

뿐뿐한 이야기.

수고했어, 오늘도.

서랍에 넣어놓은 글이 많다.

서랍은, 브런치의 임시보관함이다.

글을 쓰면서 떠오르는 것을 조금씩 메모하고 있다.


그 메모 중 하나는,

"위로를 위한 씀"이다.


-


이 글은,

그저,

그대를 위한 글,

'위'한 '길(路)',


그런 그저 '위'와 '로'가 만난 글이다.


1. 오늘은 너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


오늘은 너의 남은 인생날들 중 가장 젊은 날.


이것은 그러므로 오늘 무리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늘은 오늘의 니가,

내일은 내일의 니가,

매우 빛난다는 뜻이다.


그냥 그 뿐,

그뿐이다.


2. 나이라는 것.


나이,

그 거,

굉장히 별 것 아니다.


어쩌다보니 과학자들이 지구가 공전하는 주기가 약 365.25일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그래서 계절이 바뀌니 그 구간을 1년이라고 임의로 정해두었을 뿐이다.

윤달, 윤년.. 주기를 맞추려고 이것저것 만들고 계산했다.

그저 그 뿐이다.


물론 어리면 어린 만큼, 살았다면 살아온 만큼,

각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이가 그대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대의 나이가 잘못한 순간은 단 한번도 없다.


나이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

그게 뭐든.


3. 고민이라는 것.


언젠가 든 생각이 있다.

누구나 고민의 무게는 같은 거라는 생각.


내가 내일 뭐 입을지를 고민할지언정,

일로 고민하는 순간도,

연애로 고민하는 순간도,

또는,

내가 세계평화와 사회적 정의실현을 고민할지언정,


누구나 가진 고민의 무게는

그 객관적 크기에 관계없이,

서로 비슷한 무게로 우리의 삶 위에 존재한다.


그 무게가 있어서,

다행히도 우리는 바람에 흩날리거나 날아가지 않는다.


누군가가 너의 고민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너의 고민이 얕은 것도, 하찮은 것도 아니다. 보잘것 없는 것도 아니다.


마음 속을 미처 몰라 위로의 말을 선뜻 건네지 못하는 주변에 너무 섭섭해하지 말라.


그냥 잘 모르거나,

아직 모르거나,

확실히 모르거나,

머뭇거리는 것 뿐이다.

정말,

그뿐이다.


4. 힘듦의 의미.


힘들다는 감정과 행위에, 신이 의도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종교적 고난인지, 칠전팔기의 연습인지,

지난날에 대한 벌인지 앞으로에 대한 액땜인지, 아무도 알 수 조차 없다.


하지만,

산을 넘으면 또 산이 있더라.

힘든 것을 거쳐왔다고 생각하면,

곧 지나지 않아,

그 앞에 더 힘들고 크고 거친 산과 깊은 강과 무거운 공기가 펼쳐지더라.


삶이 여정이듯,

지금의 힘듦을 거치면,

아무 힘듦 없지 않겠지만,


다음 산을 오를 때에, 다음 껍질이 벗겨질 때에,


조금은 마음이 더 연습되어 있을 수 있다.

누군가를 위로하며 함께 걸어갈 수 있다.

힘겨운 그 상황을 조금 더 피해갈 수 있다.


다음에 흘릴 땀과 눈물에 대비해,

손수건, 물티슈, 뭐 그런 것들, 생소하지 않게 나 자신을 위하여 챙겨둘 수 있다.


그렇게

또다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무리하지 않되, 숨을 고르라.


누구나 힘드니 너가 힘들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너의 힘듦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서,


누군가는 누군가를,

누군가가 누군가를,

조만간 조금 더 이해하고 토닥여주리라고 함께 믿는다는,


작은 공감과 안심.

그 뿐이다.


5. 혼자라는 것.


비관하는 게 아니라,

비난하는 게 아니라,

비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어차피 혼자다.


하지만, 혼자 오롯한

그 작디 작은 존재를 위해, 가족과 친구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한 날처럼,

혼자 존재하는 그 순간도, 소중하다.


너의 취향도,

너의 생각도,

너의 표현도,

너만의 아름다움도,

모두 존재하고 소중하다.


그러므로,

부디,

혼자라는 사실에,

잠시 밀려드는 고독과 기억으로 인하여,

외로워하지 않기를. 부디.


6. 밤이 오면.

밤의 온도에,

그 시간에,

공기에,


잦아드는 감정과 수다스러워지는 감정은 때로 자주 존재한다. 공존하기도 한다.


한껏 자도 좋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책을 읽든, 음악을 듣든, 영화를 보든, 다 좋다.


단, 이만 슬슬 잘까? 라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거침없이 잠들길.


왜냐하면, 내일의 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 또한 왜냐하면,

밤이 그대를 그리워해서.


그래서 그렇다.


7. 아침이 오면.


아침도 한낱,

지구 자전의 결과물이다.


지구가 돈다고 해서 너가 억지로 니 삶을 지구에 끼워맞춰줄 필요는 없다.


다만 때로, 새벽의 어스름이 보여주는

하늘의 색깔은 멈춰있지 않고 매순간 다르기 때문에,


가끔은 그 공기, 오늘의 생각, 오늘의 영감을 보고 숨쉬며 떠올려,

그 호흡을 저녁까지 이어가 본다면,

조금은 다른 발견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뿐이다.


오늘 아침이 조금 힘겨웠다면,

사람들과 약속해둔, 해야 할 것만 끝내고,

나머지 시간에 멍때리는 것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멍하니 있는 시간도 나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멍하니 있는 것으로도,

그대는,

충분히,

애썼다.


8. 여행의 묘미


멀리 가야만 여행이 아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길을 걸어 집에 도착했다면,

그 또한 여행이고 여정.


그런 다른 길이 귀찮다면,

서점에서 산 여행책을 보며,

언젠가 갈 여행을 상상하는 것으로, 마음은 조금 쉴 수 있을지 모른다.


갈 수 있다면, 티켓을 지르면 가게 된다.


어딘가 도착해서,

아무와도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세계에 발이 닿는 것이다.


그게 여행이다.


너무 멀거나,

너무 비싸거나,

너무 복잡하거나,

극단적 쉼과 극단적 고생 그 경계에서, 고뇌하지 않아도 된다.


9. 밥만 잘 먹어도 마음이 낫다.


살다보면,


시간이 없어서,

밥맛이 없어서,

아파서,

피곤해서,

들른 곳에 원하는 메뉴가 없어서 등등,

못 먹을 이유도 많고 상황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원하는 때에, 또는 배고플 때에, 밥 한 번 온전히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이미 충분히 그대는

행복의 어느 자락을

맛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행복, 그까이꺼.

어려운 말로 정의하기보다,

어떤 마음닿는 선택을 자유롭게 한번, 하루, 혹은 1초 잠시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소소한 축복이다.


10. 인생은 한번이다.


내가 사는 인생이 한 번 뿐이듯,

내 인생이,

나라는 주인을 만나 함께 살아가는 것도,

한 번 뿐이다.


너의 삶은,

니가 살아갈 때에 비로소 그 하나뿐인 인생으로 새롭게 정의된다.


70억의 인구처럼 70억가지 인생이 있듯,

다른 사람의 인생에 널 끼워맞추지 말라.


도덕적으로, 양심적으로, 합법적으로.

주변에 피해가 되지 않게.

그것만 지키면 된다.

나머지는 너의 자유이다.


0. 그대가 듣고 싶은

'위로의 문장'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것은 그대이다.


망설이지 말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속삭여주세요.

토닥토닥 셀프쓰담해주세요.


내 머리를 톡톡,

내 어깨를 토닥토닥,

내 손과 다리를 토닥쓰담.


난 오늘도 열심히 했다고.

나 애썼다고.

내가 짱이라고.


그냥, 그 뿐인,

뿐뿐하디 뿐뿐한 이야기,


뿐뿐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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