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삶의 철학이 되다!
빨간색만 떠올려도 이글이글 타오르는 여름을 연상케 함과 동시에 여름 무더위의 느낌을 주는 요즘입니다. 오래간만에 모임에서 자매 같은 친한 동생에게 매듭으로 된 팔찌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각자의 맞는 컬러로 준비해 왔는데 저의 것은 빨간색 줄입니다. 저를 떠올리면 "열정"의 키워드가 생각난답니다. 그러니 평소 제게 소지된 붉은색 계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붉은색 매듭팔찌가 제 손목으로 ^^
다섯 명의 여인들이 뭉쳤습니다. 이름하여 오~해피데이!
각자에게 맞는 컬러의 선물 받은 팔찌는 그 마음이 더 해져서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함께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존재를 가치 있게 만들고, 더욱 힘을 내어 볼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의 힘이 있는 듯합니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이지은 작가의 빨간 열매입니다.
몇 달간 곰 앓이를 했습니다. 어리숙한 모양새가 저를 닳았습니다. 욕심내고 호기심으로 좇다가 그만 좌충우돌하기도 합니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만 그럴 때, 아기곰을 받아 준 큰 곰처럼 든든한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 생각합니다. 내일의 노란 열매를 다시 꿈꾸기 위해서요. <이지은작가의 말>
처음 이 그림책을 접할 때는 무슨 의도였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그림책이었습니다. 맨 뒤편에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는 걸 뒤늦게서야 깨닫게 되네요.
그림책은 한번 읽는 것으로는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생각들을 함께 공유해 보기도 하고, 짧은 글이지만, 오래오래 읽고 생각해 보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새로운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발견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럼 빨간 열매 그림책 속으로 출발해 볼까요?
머리 위로 톡~ 하고 빨간 열매 한 알이 떨어졌습니다.
배가 고프던 찰나에 맞춰 머리 위로 떨어진 빨간 열매는 너무도 내 마음을 흔들기에 딱! 이였습니다. 비록 작은 한알이었지만, 지금의 내 상황에서 그 작은 것이라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절묘한 타이밍인 거죠!
만일 배가 불렀다면 보이지 않을 빨간 열매... 왜 이 장면부터 사춘기 자녀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일까요?
어린 곰의 마음을 자극시키기엔 크기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다시 먹고 싶었을 뿐....
드디어 어린 곰은 앞뒤상황을 재고 따질 사이 없이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빨간 열매를 위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해 봅니다.
무언가 보이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빨간 애벌레를 만나고, 빨간 다람쥐를 만나고, 빨간 벌집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린 곰이 만난 여러 모습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컬러가 아니라서 억지스러운 작가의 표현이 아니던가?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금 보니 어린 곰은 빨간 열매를 찾기 위해 온통 빨간 컬러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온 세상 보이는 모든 것들이 빨간색으로 보였으리라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초집중의 순간! 빨간 열매를 목표로 오르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드디어 나무 위 꼭대기까지 올라왔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엄청 큰 빨간 열매!
작은 한알의 빨간 열매를 찾고자 오르고 오르고 올랐더니, 작은 열매가 아닌 엄청 큰 빨간 열매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 황홀경에서도 어린 곰은 그 큰 빨간 열매를 먹겠다고 꼭대기 나무 위를 과감히 벗어납니다.
이런 무모함이 또 있을까요?
결국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계속 추락하며 떨어집니다.
어린 곰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아기곰을 받아 안은 그 누군가가 있었기에 아기곰은 특별하고 위험한 체험을 해 보았지만, 다시금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기반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결국 빨간 열매는 나무 위가 아닌 곰들에게 있었습니다. 함께 맛있게 나누어 먹고 모두가 잠든 시간, 어린 곰은 다시금 밤에 떠오르는 노란 열매를 향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잠든 밤.... 어린 곰은 새로운 도전을 다시 꿈꾸기 시작합니다!
도전을 해본 사람만이 느껴 볼 수 있는 마음속 꿈틀거림이 있거든요^^
주말에 아이가 학교대표 배드민턴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중학교를 들어가서 처음 해 보는 경기라 많이 긴장되어 있었습니다. 긴장 탓에 점심도 거르고 1시부터 시작된 경기를 치르는데,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부모 또한 함께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선 3경기를 치르면서 3승으로 조 1위!
드디어 8강을 향해 경기가 펼쳐지고, 한 단계씩 오르면서 아이도 사뭇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8강전 시작! 체력싸움에 지구력싸움... 결국 아쉽게 패하고 경기 마무리!
축 처진 어깨와 첫 경기에 실패한 실망감에 큰 소리 내어 엉엉 눈물 보이는 아이를 보면서 무언가 해내고 있던 모습에 대견하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고, 실패를 통해서 다시금 새롭게 배우고 일어설 수 있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기에 그냥 멀찌감치서 끝까지 지켜보고 응원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었습니다.
어린 곰도 자신이 무모하게 호기심에 의한 본능적 행동이었지만, 나를 감싸고 있는 안전망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 한 편 신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기에 행동해 볼 수 있고, 호기심을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행동을 해 본 것은 아닌가 합니다.
"사토리세대", 요즘 젊은 이들을 표현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 깨달음, 득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걸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예전엔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 노력하면 보상의 부분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열심히 한다 해서 다 순리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나를 위한 뒷받침의 안전망이 없다면 내 삶에 큰 의미가 없기에 새로운 도전 자체를 회피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자녀의 모습과 무모하게 행동부터 시작하는 곰을 보면서 두 상황이 오버랩되어 마음을 누릅니다. 옳고 그름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초점을 맞추는 것이기에 과감한 문제행동에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그저 한 걸음 뒤에서 지켜 바라봐주고, 필요한 순간 함께 해 줄 수 있는 현명한 부모가 되어야겠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 본 사람만이 더욱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테니, 한 곳만 바라보지 마시고, 두루두루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나이불문, 세상엔 흥미로운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입니다. 직접 부딪치고, 느껴본 사람만이 빨간 열매에 이어 노란 열매에 새로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세상의 중요한 업적 중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 -카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