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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옥 Jul 17. 2024

[나의 사직동]

그림책이 삶의 철학이 되다!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국가적인 의료파업 시기와 맞물려 힘겹게 암투병 생활을 하시던 아버지가 6개월만에 가족의 곁을 떠나 세상과 작별을 하셨습니다.

통증의 고통속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통증약으로 버티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무언가 할 수 없다는 그 상황이 너무도 안타깝고 슬프기만 합니다.

이제는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나의 사직동]입니다.

나의 사직동은 한성옥과 김서정 두분의 작가가 공동 작품 입니다. 한성옥 작가는 그림 작가 겸 아티 디렉터로 사직동 129번지에 살았던 작가이고, 김서정 작가는 동화작가 겸 평론가 겸 번역가로 직업군인의 아버지를 따라 옮겨다니느라 진하게 그리워할 고향집은 없으나 그 때의 놀았던 소중한 추억의 순간들이 변화된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그 마음을 그림책 속에 담아 놓았습니다.


어릴때 우리 가족이 살던 집, 사직동 129번지... 라일락 향기, 황금빛 은행나무, 무성한 담쟁이잎이 있던 그 집은 일제시대 부터 칠십 년 넘게 동네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사직동 동네에는 아흔이 넘었지만 옛일을 생생히 기억하는 정미네 할머니도 계시고,  채소 말리는 취미를 가지신 나물 할머니도 계십니다. 파마 아줌마, 스마일 아저씨, 유명한 음식점 해장국 집, 슈퍼 아저씨, 재활용 아줌마, 책 대여점 아줌마 등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정겨움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올라온 낯선 현수막

" 경축! 사직1구역 도심 재개발 사업시행인가득"

어느 순간부터 동네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정겹던 건물들은 사라지고 부동산과 사무실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결국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집도 사라지고, 추억의 장소, 나무... 모든 것들도 추억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다시 돌아온 사직동... 우리집은 사직동 주택이 아닌 모닝팰릭스 아파트 입니다.

반듯한 길, 나무, 꽃, 분수가 춤추는 작은 공원도 있지만 옛날 동네 사람들은 없습니다.


여기는 사직동이지만, 나의 사직동은 이제 없습니다.



추억의 그 장소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그리운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저도 군인가족으로 살았던 관사에서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군인가족들이 살던 주택에서는 이웃집에 무슨일들이 일어나는지 속속들이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사직동의 풍경처럼... 속속들이 그 동네에서의 여러가지 상황들을 훤히 알 수 있는 친밀감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아빠가 퇴직을 하시고 이사를 나왔지만, 시간이 흘러 우연히 가보게 된 나의 동네는 주택은 사라지고 빽빽히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추억의 순간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너무도 아쉬운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글귀를 보면서 이제 없는 나의 사직동...  저에게 그 사직동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와 많은 추억들이 있습니다. 호기심 가득해서 꼭 무언가 하고픈일을 해내시는 우리 아버지 덕에 참 많은 경험들을 해 보았습니다.

때로는 좋았고, 때로는 피곤했고, 때로는 든든했고, 때로는 무서웠고....!

이젠 더 이상 제 곁에 아버지는 없습니다. 다만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추억이 내 머릿속에 마음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아버지의 모습이 닮아 있는 나의 얼굴에서 아버지를 봅니다.


나의 사직동... 사라졌어도 기억할 수 있는 한 영원히 사라진것은 아닙니다.

아쉽지만, 추억의 한 장면 한 장면씩 기억해 낼 때마다 나의 마음속에 따스함이 머무르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을꺼란 생각입니다.

추억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 입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행복했던 순간순간들을....!!!


https://youtu.be/r7B_9-rj9bI?si=J0Ham3YWhtm3wj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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