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삶의 이야기들이 작품이 되다!
오랜만에 엄마와 단둘이 쇼핑을 했다.
곧 생신이 다가오는 엄마의 옷을 사기 위해 쇼핑몰 안을 분주히 돌아다녔건만, 맘에 드는 옷을 고르지 못하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급하게 사는 건 후회만 남길 거란 생각에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주차장을 향하는데 생각지도 않게 맘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
두 모녀가 함께 쇼핑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부러워하며, 가격 할인도 기분 좋게 해주시는 점주에 기분은 배로 더 좋아진다.
이렇게 기대하지 않은 순간, 새로운 발견은 삶에서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남편을 만났던 그 때도, 이 사람과 깊은 인연이 될 것이 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피곤에 지친 얼굴을 하고 나타났던 그 사람은 첫 인상이 지극히 평범했다.
처음 소개받아 나갈 때 부모님께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더 이상은 누구도 소개받는 일 없을꺼예요”
인위적으로 누굴 소개 받아 만나는 것 자체가 싫었던 터라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약속장소에 나갔던 기억이 있다.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이 따뜻하고 세심한 면이 있음을 세 번째 만남에서 느꼈고, 결국 서로의 손에 약속의 의미인 가락지를 하나씩 나누어 끼며 한 가정을 이루며 잘 살고 있다.
처음과 끝이 없는 “원”의 형태인 반지는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이 손가락에 처음 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각 손가락마다 끼워주는 반지의 의미는 각기 다르지만, 그중 약지손가락에 끼는 반지의 의미는 “사랑의 혈관”을 상징하는, 심장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혈관 베나 아모리스(Vena amoris)가 네 번째 손가락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과 약속의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손을 쥐었다가 한 손가락씩 펼쳤을 때 쉽게 펴지지 않는 손가락이 있다.
어느 손가락일까?
바로 약지 손가락이다. 홀로서기가 어려운 약지처럼 혼자가 아닌 둘로써 서로 배려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삶을 함께 나누라는 의미에서 가락지는 구속이 아닌 내가 살아감에 있어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무들에게도 올 곧게 자라는데 필요한 간격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그리움의 간격이라 불리운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순 있어도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인 것이다.
가락지를 서로 주고 받은 소중한 사람일수록 구속이 아닌 서로의 적당한 거리는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저마다 자신이 혼자 가꾸어야 할 자신만의 세계가 있기에, 인정해주고 그 자체로서의 소중함을 포용해 줄 수 있는 각자의 노력이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필요하다고 본다.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결혼반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서로의 특별함을 약속하는 반지가 서로에게 구속이 아닌 서로의 어깨에 날개를 달고 더욱 힘차게 자신의 삶을 이루는 과정에 함께 기뻐하고 응원하는 빛나는 삶의 연결의 고리가 되는 역할이 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