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여사님

아파트라는 일터에서 만난 사이

by 이 란

이제 00 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지?



우리 아파트 동 청소를 담당해 주시는 여사님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여사님을 처음 뵌 것은 아이가 6살 때였으니까 벌써 5년이나 흘렀다. 그때는 아이를 돌봐주시던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막 독립해 이사를 한 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고 버거웠던 나날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케어해야 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면서 아이의 먹을 것과 놀거리를 챙겨가며 겨우겨우 하루를 버티듯 보내야 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재택근무지만 일이 바빠서 아이를 겨우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학원 몇 군데를 픽업하는 일 외에는 온종일 책상 앞에만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 친구 엄마들과도 오래 이야기할 수 없었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소모되어 관계를 맺기가 어려웠다.



사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는 바빴다. 마음이 바빴다. 대화가 고팠지만 이 낯선 곳에서 만난이들의 대부분의 인연은 그저 아이 관련된 일상 이야기가 주된 소재였고, 그를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나눌 무언가는 없었기에 나는 의도적으로 바쁨을 연기했다. 제가 일을 해서요. 공연히 핸드폰을 꽉 붙잡고 곧 광고주에게 연락이라도 올 것처럼 늘 종종걸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다녔다.



자연히 아는 사람은 점점 더 사라졌고, 한편으로는 이런 자발적 아웃사이더에 마음이 편해져 갔다. 대화란 것이 사치스러울 만큼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그때, 엘리베이터 만난 여사님은 늘 환하고 밝은 웃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13층 엄마구나. 아이가 인사를 참 잘해.



네네, 예의를 가장한 반쯤 건성으로 대답한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뜬금없는 대화를 시작하신다. 오늘 날씨부터 자신의 근무 시간대 그리고 나중에는 여사님의 첫째 딸 직업까지. 그야말로 TMI다. 1층에서 만나 인사를 하면, 엘리베이터가 내려올 때까지 나는 여사님과 반 강제로 대화를 나눠야 했다. 대화의 주제는 너무나 다양했고 나는 항상 질문보다는 대답을 하는 쪽이 되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났다. 어느 날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1층 청소를 하시는 여사님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며 날씨 이야기를 했다. 너무 상투적이고 뻔한 이야기로 우리는 대화를 나눈다. 지겹도록 단순한, 어제도, 그제도 했던 이야기를 우리는 또 했다. 그럼 올라가 볼게요. 그래그래, 가요! 항상 마무리는 비슷하다.



여사님이 청소하고 지나간 자리는 반짝인다. 나와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엘리베이터 금속 버튼을 걸레로 싹 닦으면 지문 하나 묻지 않은 거울처럼 깨끗하다. 여사님이 일과 대화를 동시에 하는 모습을 볼때면, 회사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나와 뻔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던 회사 동료가 떠오른다. 그때도 그랬지. 그래, 맞아.



일을 하며, 일을 하러 가며, 일을 준비하며, 지루한 하루 속에 시시하고 사소한 일들을 입밖으로 꺼내고 잠시 나누는 대화로 잠깐의 고단함을 잊었던 것도 같다. 재택근무를 하는 나와 아파트가 일터인 여사님. 우리의 대화는 오늘도 일하는 하루를 보낼 우리의 짧은 휴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에겐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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