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의 손

무해한 미용실을 찾아서

by 이 란


탈매직, 셀프 컷을 포기하고부터는 6개월마다 미용실에 가는 삶이 다시 시작됐다. 작년 여름, 무더위에 시원하게 칼 단발을 하고 매직을 했다. 더는 뒷거울로 목에 담이 올 정도로 경직된 자세로 스스로 머리를 자르지 않아도 되었고, 꼬불꼬불 올라오는 곱슬머리의 신경 쓰임도 없이 쉬운 반년을 보냈다.


귀밑을 댕강하던 머리카락은 그 사이 제법 자랐고, 그만큼 뿌리의 곱슬도 자라서 머리의 경계를 만들었다.



아, 미용실 가야겠다.



이주 전쯤 미용실을 예약했다. 주말은 꽉 차 자리가 없고 금요일 오후 두 시라는 애매한 시간만이 남았다. 아이 학원이 없는 날이고, 내 업무가 빨리 끝나는 시간. 나에겐 준비된 날짜 같았다. 업무를 마무리하고 아이에겐 서너 시간 혼자 있을 준비를 마치고 미용실로 달려갔다. 조금 늦었기에 정말로 숨 가쁘게 뛰었다.


항상 미용실에 가기 전에는 전날에 미리 머리를 감아놓고, 당일에는 드라이를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로 입장한다. 가자마자 곧 샴푸를 할 테지만, 왜일지 나는 그랬다. 화장도 하고 옷도 가장 나다운 걸 입고 간다. 미용실 거울 앞에서 가장 오래도록 마주하고 있을 나 자신의 모습에 대비하는지도 모르겠다.


서너 시간의 무용한 시간을 견디는 일을 무척 싫다고 하지만, 그 쓸모없는 시간을 그대로 마주하는 일이 또 아주 싫지는 않다. 여행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뿐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모든 순간이듯이, 머리를 하는 것은 머리를 맡기는 모든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낯설고 불편할 그곳에서 서너 시간을 보내는 일에는 꽤나 큰 각오가 필요하다.


마음에 든다기보다는, 그저 마음이 편한 곳을 만났다. 발견했다도 아닌 정말 만난 곳. 기대 없이 쓱 찾아간 곳. 서로에게 의미 없는 대화가 난무하기보다는, 내가 가져간 책 한 권에 부담 없는 시선을 두고 나를 그저 놔둘 수 있는 곳. 나 자신 말고 내 머리카락만 신경 써 주는 곳. 더하여 결과도 괜찮은 곳. 그게 좋아서, 그게 감사해서. 나답지 않게 머리 손질 마무리 단계에 불쑥 내뱉고 말았다.



"예뻐요... 아, 머리가요"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감사해요'라고 대답해 줬다.

결제를 하려고 내가 내민 카드를 받아 쥔 그녀의 손가락이 빨갛고, 상처투성이다. 예쁘장하고 호리호리한 몸매와 달리 날 것의 손이다. 바로 직업인의 손이다. 그런 손을 볼 때면 내가 지금 지불하는 나로선 꽤 고가의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전문가의 케어를 받았다는 느낌과 그곳에서의 시간이 무해하다는 기분이 한데 합쳐져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에 든다. 그곳이. 그 시간이.

다음에도 또 갈 수 있음에 깊이 안도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청소 여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