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산지 110일째
낮동안 홀로 육아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친정으로 도망친 지 3일째,
엄마가 찬이를 봐주는 사이 카페에 나왔다.
그래도 소용이 없다.
어차피 다시 아기에게로 돌아가야 하고
어차피 다시 친정을 떠나
아기와 단 둘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짧은 자유가 진짜 자유인가?
택도 없다는 생각만 든다.
자꾸 옛날의 자유를 그리워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했던 빛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며
남편이 포기한 것과 내가 포기한 것을 비교하며
질투하고 우울해하고 후회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비교하면 나만 힘들다고,
그래도 주변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앞으로 차차 준비해서 너만의 삶을 꾸릴 수 있다고,
이 시기는 아주 잠깐이니 조금만 견디고 즐기라고...
주변의 진심 어린 충고와
스스로의 반복되는 다짐에도
정신 차리기가 쉽지 않다.
이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내 마음도 언제까지나 오르락내리락 반복될 텐데.
내 마음을 조정하는 키를
완전히 놓쳐버린 것 같다.
백일이 갓 넘은 아기의 요동치는 컨디션과
창밖의 날씨와
남편의 일이 진행되는 상황 같은-
외부의 파도에 나라는 배가 하염없이 흔들린다.
이제는 어느 섬에 잠깐 쉬었다 가고 싶다.
조금만 쉬면 다시 힘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기를 낳은 이상
일시정지나 새로고침은 없다 한다.
그 사실이 나를 너무 옥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