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산지 115일째
지난 토요일엔 교회에 놀러 갔다가
찬이가 낯을 가리기 시작했음을 여실히 깨달았다.
남편이 출근하는 토요일,
화창한 주말이라 서러움이 두-배.
반나절 혼자 아기 보기가 힘들고 외로워서
굳이 잘 있는 애를 데리고 꾸역꾸역 교회에 갔다.
손 좀 빌려보려 했던 엄마의 계획 대실패!
다른 사람 품에선 대성통곡을 하는
낯가리는 낯선 찬이의 모습에 진땀 한 바가지.
몇 시간을 내내 안고 있었다.
밤에 집에 와서 온수매트를 40도로 올리고
남편 말로는 밤새 끙끙 앓았다고 한다.
온몸이 뻐근하고
살살 아파오던 허리 통증은 훅 올라왔다.
그래서 또 친정에 왔다.
찬이가 아주 피곤한 상태인데도
엄마 편하자고 차 한 시간을 태워서 왔다.
주일엔 하루 종일 교회 사람들과 놀다가
저녁엔 고깃집도 갔지,
토요일엔 낯가리느라 엉엉 울었었지,
저녁에 분유 먹다가
말 그대로 뻗은 애를
차에 실어 친정에 데려다 놨다.
너무너무 미안한데-
찬아,
엄만 너무너무 좋다.
엄마의 엄마 덕분에
아픈 허리 손목 조금이나마 쉬고
정형외과 가서 물리치료도 받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아! 너무 좋아라.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온 친정인데 (일주일도 안됨)
돌아갈 날을 또 두려워하고 앉았으니
나도 이런 나를 감당하기 어렵다.
미안 아들아,
도무지 육아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응석받이 초보 엄마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렴.
엄마도
엄마의 엄마처럼
네게 여유로운 사랑을 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