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공동체 문화
숨을 반으로 나누면 1/2처럼 반의 숨이 될까? 내가 받은 숨은 뿔소라가 됐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일은 에너지를 동반한다. 사람들은 자신도 알게 모르게 숨에 영혼을 불어넣고 있다. 해녀 삼촌들은 바다를 들어갔다 나오면 이 소중한 숨이 담긴 소라, 성게들을 아낌없이 내어주며 말하셨다.
"이거 담아 넣어~ 얼른 넣어둬~"
받은 게 얼마나 많았는지 셀 수가 없다. 물속을 한창 두리번거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텅 빈 테왁을 들고 털레털레 나오면 어느샌가 옆에 와계셨다. 힘들게 잡은 것들을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마음에 그 작은 숨들을 감사히 받아 내 숨에 보탰다. 못 챙겼을 누군가를 항상 챙기는 것이 해녀의 문화였다.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어촌계에 속해야 그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사실 이 공동체에 들어가기 위해 중요한 건 숨이 긴 것도, 물질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가진 것보다 베풀고 나누는 마음이 먼저다. 잠수실력에 따라 잘하는 순서대로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뉘는데, 해녀의 문화는 각자의 실력에 맞춰 물질구역이 정해져 있다. 고령인 해녀분들을 위해서 할망바다라는 곳도 있다.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결속이 이 문화의 대단한 점이라 느꼈다.
숨의 만장일치
어느 문화에 발을 담가보기는 쉽다. 하지만 그 일원의 하나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어촌계 사람들의 만장일치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받아들여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단체, 사회, 학교, 회사 등 어딘가에 속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을 보라. 어딜 들어가서 그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과 함께 숨을 쉰다는 의미를 찾아야만 그 자리가 편해진다.
한수풀 해녀학교 2022년 입문반 기수에는 두 명의 애기 해녀가 탄생했다. 너무도 자랑스러운 두 분이다. 애기 해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주도에서 만났을 때 반짝이던 눈들을 잊을 수 없다. 이분들을 보며 정말 해녀가 될 마음을 가진 사람은 다르구나라고 느꼈고 항상 응원하고 있다.
함께 인스타 툰을 연재하고 계시는데 링크를 통해 해녀일기를 읽어볼 수 있다.
https://www.instagram.com/donwoori_behaenyeo/
해녀가 될 수 있었을까?
물속에 딸 게 없어도 물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 어촌계로 가는 게 해녀가 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 들었다. 그런데 나는 해녀가 되어보겠다는 굳은 의지보다는 그 공동체에 받아들여져 경험해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여겼던 것 같다. 학기 내내 숨을 나누는 걸 배우고자 마음을 다할 뿐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다시 한번 직업반으로 졸업해 해녀가 되는 걸 종종 꿈꿔보기도 한다.
숨쉬기에도 바쁜 여유 없는 세상이라 한숨을 내쉴 때도 있다. 그래도 숨 세 번 정도면 누군가에게 따뜻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정도면 우리는 숨을 나누기 좋은 여유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한숨이 반짝이는 성게가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