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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T Aug 19. 2024

타는 것

날개


허벅지에는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다. 네가 그려준 날개는 없지만.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두 번 갔다. 한 번은 성당이 불에 타기 전, 또 한 번은 화재 후였다. 불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진압시기를 놓쳤고, 걷잡을 수 없이 불타버렸다. 두 번째 방문한 건, 스테인드글라스를 다시 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그 대신 성당의 복구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그림과 글이 벽에 걸려 있었다.


처음 성당에 들어갔을 때, 찬찬히 뒤를 돌아보다 형용할 수없는 빛을 보았다. 장미창이라 불리는 스테인드 글라스였다. 빨강과 파랑 같은 단순한 색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깊이 들어오는 빛은 서로 엇갈렸다. 눈으로도 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강렬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예전에는 판유리를 크게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했다고 한다. 유리 조각의 모서리를 동테이프로 하나하나 감싸는 작업을 한다. 그 다음 납선을 녹여서 유리조각 사이를붙여주었다. 매우 섬세해야 했다. 납을 잘 녹여 동선을 따라 흘려주고, 틈새가 비지 않아야 끊어지지 않았다.


작업에 몰두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무르게 녹은 납 덩어리가 갑자기 허벅지로 뚝 떨어졌다. 겉보기엔 그리 뜨거울 것 같지 않았지만, 납이 살갗을 지지고 그대로 굳어갔다. 의자 뒤에 걸어둔 작업복을 보며,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흉터가 져버린 다리로 걸어 다녔다.





어느 날, 네가 이 흉터를 보고 물었다. "어디서 생겼어?" 바보같이 다쳤다고 했다. 너는 그 위에 팅커벨을 그려줬다. 짝짝이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면 하나도 아프지 않지?"라고 말하여 올려다보는 네가 있었다. 나는 웃었다. 반짝이는 가루를 뿌려준 것 같았다다. 상처는 예상치 못한 위로에 잘 덮였다. 하지만 마법은 시간이 지나며 흩어졌다. 날개빛도 점점 옅어지며 반짝임을 잃었다.


해가 질 땐, 스테인드글라스의 빛도 점점 흐려진다. 우리의 순간도 다르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허벅지 상처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찢어진 틈새를 이어보려다 크게 다쳤다. 번지며 녹는 납에 손을 멈췄다.예측할 수 없었다. 아직도 작업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


타버리고 남은 무른 열기가 오래갔다. 식은 납 덩어리가 살갗을 파고들었다. 요정의 날개 빛은 동화 속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더럽힘, 오염, 착색을 뜻하는 게 스테인드라는데, 더럽혀진 게 유리인지, 허벅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다만, 유리는 깨어야만 했고, 타는 건 남아 있었다.

날개는 잘 타서, 조각난 마음을 이어 붙여 빛을 만든다.   


Mimesis – Ornithogale Venusiaïs, 2012. Chromogenic print. Format 180 x 180cm (70.9 x 70.9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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