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개비와 라이터
불의 시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신에게서 훔쳐온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 신화에 따르면 불을 훔쳐온 자는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성냥개비의 불을 붙이는 과정이 마치 고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성냥개비의 빨간 머리를 까칠한 마찰면에 대고 긁는다. 머리채가 벗겨지며 순식간에 불이 붙는다. 불은 시작되면 나무기둥을 타고 점점 검게 타올랐다.
라이터는 휠을 돌리거나 버튼을 눌러 불을 붙인다. 한 번에불을 옮기지 못해 여러 번 눌러댈 때도 있다. 남은 가스가 없어 어지러운 상태가 될 때도 있다. 한참을 사용하다 보면불꽃이 점점 작아지져 구멍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간다.
성냥개비와 라이터는 불의 제물이 되었다. 이렇게 나타난 불은 타는 것들에 옮겨 앉아 신의 역할을 했다.
불은 매일 마주하는 소소한 순간들에 시작을 알렸다.
생일 초에 소원을 빌 수 있었고,
담배를 물고 쉴 수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불을 켠다는 건 단순히 밝히는 행위가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불꽃이 터지면 손가락을 튕기듯 뭔가 시작됐다. 일상은 그렇게 계속된다. 작은 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