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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T Aug 12. 2024

사라지는 일상

정육점 주인의 일기  

2024년 8월 12일 월요일


유통기한 이틀이 지난 고기를 들고 고민한다. 고기를 다루는 것은 나의 일상이 됐다.

고기를 분할하고 해체하면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이걸 먹어야 되나? 말아야 하나?' 애매하게 살아있는 고기를 두 손으로 쥐고 고민한다.

단단히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중간의 상태는 일상과 닮아있다.


차라리 바싹 마른 인스턴트를 먹는 게 나을지 모른다.

애매하게 살아 있으니 없애버리기 고민이 된다.


일상의 비극은 그 애매함에 있다.

나의 글을 발견한 그대는 어떤가?


그러니 일상이 참인지 거짓인지

고민할 겨를을 주지 말아라.


더 이상 단단해져 있을 수 없다면,

낭비하는 삶을 열심히 맛보길 바란다.  


무가치한 하루하루는

씹고 뜯기에 좋은 입가심거리다.


읽지 못할 거라 여겼으나

당신은 나의 글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 글은 오늘까지다.

삶을 열심히 맛본 혀에

침이 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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