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마지막 속삭임

겨울마다 죽는 고양이

by Liaollet

고양이는 겨울이 싫었다.

태어날 때부터, 아니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 계절을 증오했다.


춥고, 배고프고, 살기 힘든 계절.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얼어붙고,
바람이 불면 뼈까지 시린 계절.


겨울이 오면 고양이는 언제고 죽었다.
그것은 이상할 정도로 확실한 일이었다.
어떤 겨울에는 얼어 죽었고,
어떤 겨울에는 굶주려 죽었고,
어떤 겨울에는 누군가의 발길에 차여 사라졌다.


그러나 항상 고양이는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또다시 죽었다.


처음엔 그것이 단순한 불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겨울 속에서, 그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운명이 아니었다.
그에게 걸린 저주였다.




"넌 왜 매년 죽는지 알고 있니?"


그가 또 한 번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쓰러졌을 때,
얼음처럼 투명하고 차가운 존재가 눈 속에서 나타났다.

겨울의 파수꾼.


파수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넌 겨울을 끝까지 살아본 적이 없어."


고양이는 힘없이 대꾸했다.
"겨울이 싫어. 자꾸 죽고 있어. 누가 이 계절을 좋아한단 말이야?"


"하지만 넌 단순히 싫어하는 게 아니야."
파수꾼의 계속 말했다.


고양이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파수꾼은 손을 내밀어 눈을 가리켰다.

고양이가 지금까지 지나온 겨울들이 보였다.


"넌 겨울을 거부했어.

부정했어. 그리고 겨울을 인정하지 않았지."


그는 언제나 겨울을 거부했다.

한기를 피해 숨었고, 어둠 속에서 웅크렸고,
이 계절을 어떻게든 잊어보려 했다.
그러나 결국엔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고,
그는 매년 죽음을 맞이했다.


"겨울을 싫어하면 왜 죽는 거지?"
고양이가 물었다.


파수꾼은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건 네가 살아갈 이유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야."

"고작 그 이유로?"

고양이는 중얼거렸다.


"살아가는 건 이 계절을 살아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야.

난 겨울마다 죽었고, 어쩔 수가 없었어. 어떤 노력을 해도 같았다고."
고양이는 마지막으로 대답했다.


"넌 겨울을 견딘 적이 없어. 그저 끝나기만을 바랐을 뿐."


고양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하얀 눈이 조용히 위로 쌓이고 있었다.
애초에 겨울은 왜 존재해야 했을까.




그해 겨울, 고양이는 더 이상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죽음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겨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눈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았고,
아침마다 공기가 얼마나 차가운지 느꼈다.
배가 고픈 것은 여전했지만, 그 감각을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았다.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그냥 가만히 앉아 보았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겨울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춥고, 여전히 배고프고,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이 계절이 정말로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처음으로 이 겨울의 끝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그는 처음으로 죽지 않았다.




얼어 있던 땅이 녹아내리고,

공기가 서서히 따뜻해졌다.


코끝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으로

고양이는 봄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

"아, 이번에는 끝까지 살아냈구나."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뼈까지 시렸던 계절을 넘었을 때,
그의 마음속에 남은 것은 단순한 안도감이 아니었다.


그는 겨울을 살아낸 자신이 낯설었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길에서 고양이는 한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더니,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너, 이제 괜찮아."


고양이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괜찮다니?
무엇이?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래전부터 듣고 싶었던 말처럼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고양이는 조용히 소녀의 손끝에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겨울은 지나갔고, 그도 마침내 그 계절을 살아냈으니까.


소녀는 조용히 고양이를 안아 올렸다.
그녀는 고양이의 몸에서 점점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것은 슬픈 일이 아니었다.


고양이는 이제야 처음으로 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가 처음으로 온전히 살아냈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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