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오늘날에
제주도에 내려온 지 한 달째, 해녀학교에 입학 원서를 넣었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런데 떠나기 전 전화 한 통화로 누군가의 기회를 감사히도 넘겨받았다. 돌이켜보면, 운 좋게도 인생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입학식날, 떨리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귀덕2리 사무소로 향했다. 창문으로 부는 바람이 부드러웠고, 빛나는 에메랄드색 바다가 아름다워 보였다. 가는 길에는 '보통의 오늘'과 'LONG ROAD'라는 간판이 있었다. 평범한 어느 긴 여정을 시작하는 날 이 단어들이 보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가는 길에 만나는 분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처음에는 낯을 가릴까 걱정했지만, 신기하게도 어색하지 않게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했다. 입학을 축하하는 해녀가 그려진 플래카드와 함께, 제주도 사투리가 흥겹게 들리는 입학식이었다.
파도가 허락한 만큼 숨을 쉴 수 있다.
해녀학교에서 들은 말이 인상깊었다. "스스로 허락한 만큼숨을 쉬는 게 아니라, 파도가 허락한 만큼만 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숨 쉬고 사는 삶에 의문을 가졌다. 그제야 물 속이나 육지에서도, 운명이 허락한 만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됐다.
내가 편해야 물속에서도 편하다.
또 다른 말은 편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다에서 불안해지면 호흡량이 줄어든다. 불안한 상태에서는 삶 속에서도 즐길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나 자신이 편안해져야 물속에서도 편할 수 있다는 말이 마치 일상에서도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입학식이 끝나고 나서,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이제부터 너도 해녀가 될 거야." 놀랍게도 마음이 바다로 향하는 순간, 어느덧 해녀가 되어있었다. 파도가 숨을 허락해 줄지 알 수 없었지만 흥미진진한 경험을 할 생각에 들뜬 숨이 쉬어지는 하루였다.
해녀학교 입학식 : https://youtu.be/IgNjHvB2 b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