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를 참지 못하는 의인에게 <육울탕>을 달이다

마음의 응어리.울체.화병을 풀어주는 육울탕. 그리고 응원의 메시지

by 리아

나도 한 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뜨거운 피를 가진 여자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니 불의를 봐도 꾸욱 참고, 누구 말마따나 이젠 내가 불의 그 자체가 된 거 같다(흑!). 타협하며 살게 된 것이다. 그러니 나이가 들어서도 정의를 위해, 타인을 위해 산다는 것은 그래서 대단한 거고 존경스러운 것이다.


집단 트라우마를 안겨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대개의 한국인이라면 그 날 무엇을 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나 역시 동네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한동안 그 날의 일상이 죄스럽게 여겨졌다. 샤워를 하다 온도조절을 못해 차가운 물이 나오면 ‘아이들은 바다 속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싶었다. 한동안 일상이 힘들었다.


그러던 중 요트피아 문효식 기자님이 쓴 ‘파란바지의 의인’ 김동수님 기사를 보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 날, 파란바지를 입고 소방호스로 아이들을 구해 '세월호 의인', '파란바지의 의인'으로 불리게 된 김동수님의 이야기였다.


국가도 구하지 못한 아이들을 구한 영웅이었음에도 ‘생존자라 해도 증상이 세월호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를 제출해야' 의료비 지원이 되어 그냥 자비로 의료비 충당을 하고 있다는 기막힌 내용이었다. 문효식 기자님을 통해 바로 김동수님께 연락을 했다. 김동수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2015년 2월 16일 시작되었다.


2015년 2월 16일. 트라우마와 화병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어진 김동수님의 맥을 보고 있다.


선장도 탈출하기 바쁜 와중에 어떻게 소방호스를 감고 다른 이들을 구할 생각을 하셨을까. 여러 생명을 구했지만 더 많은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은 그를 많이 괴롭혔다. 소위 그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다. 더 '기가 막힌' 일들은 오히려 참사 이후 이어졌다. 의로운 사람은 울분이 쌓이기 쉽다. 언론의 영웅 만들기는 찰나였고 그 어떤 보상도 배상도 없이 트라우마와 육체적 병만 얻으신 상태였다.


직접 뵈니 타고난 체력은 좋았을 분이었다. 하지만 당시 심화(心火)로 인해 입이 자주 마르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는 등 여러 울화증세로 균형이 많이 깨져 있었다.

김동수님께는 <육울탕(六鬱湯)>이 처방되었다. '울화(鬱火)가 치민다'고 표현하듯이 기혈이 막히고 순환이 막혀 생긴 병을 울병(鬱病)이라고 한다. 육울은 기울(氣鬱), 습울(濕鬱), 열울(熱鬱), 담울(痰鬱), 혈울(血鬱), 식울(食鬱) 등 6가지 울증을 말한다. 육울탕은 이러한 막힌 울을 소통시켜주는 처방이다. 흔히 '기가 막힌다‘고 하는 것은 기울(氣鬱)을 말한다.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줘야 하는 것이다.


김동수님의 <육울탕>에는 향부자, 창출, 신곡, 치자, 연교, 진피, 천궁, 복령, 패모, 지각, 소엽, 감초, 생강, 자초, 황금이 처방되었다. 향부자는 특히 기의 울체를 풀어주는데 좋은데 사실 부인과 처방에 많이 쓰이는 약재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불의를 못참는 모습을 상상하면 남자 중의 남자일 거 같지만 속이 여리고 섬세한 사람인 경우도 많다. 김동수님 역시 마음이 섬세한 분이다.


김동수님 약재밥상. 6가지 울체를 풀어주는 <육울탕>


‘치자’는 ‘치잣물 들인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천연염색제로 쓰이기도 하고 그 빛깔이 오묘하게 곱다. 생김새도 심장처럼 생긴 치자는 심장의 화를 풀어준다. 이렇게 예쁜 약재가 화를 풀어준다는 것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혼자 상상한 적이 있다. 한국의 문화적 증후군이라고 하는 ’홧병‘은 주로 여성들에게 많았는데, 시집살이 하던 어떤 여인이 치잣물 들이다 답답한 마음에 벌컥 들이마셨을까, 그러다 심장에 화가 가라앉히며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을까 상상도 해봤다.



정성스럽게 달인 한약을 그냥 보내드리기엔 아쉬웠다. 김동수님께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십사 환자분들께 문자를 드렸더니 동탄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던 문숙희님께서 학생들의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문숙희님님이 보내주신 아이들의 메시지를 라벨지에 출력해서 한약에 하나 하나 붙여 제주도로 보냈다.


또한 응원 메시지를 보내준 분들께는 창비 출판사의 세월호 관련 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드렸다. 당시 입원 중인 김동수님께 말씀 드렸더니 병원 정원에서 클로버를 찾아 하나 하나 붙이며 50여권의 책에 일일이 사인을 해주셨다. 이런 섬세함과 여린 마음밭에서 이타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창비 출판사의 세월호 관련 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50권 구매하여 김동수님을 응원한 분들께 증정했다.


세월이 흘렀다. 2020년 현재는 코로나로 또 한번 집단적인 몸살을 앓고 있다. 당시 세월호를 타고 있던 학생들이 딸과 동갑이라 더욱 남일같지 않았다는 김동수님. 당시 고 2였던 둘째 따님은 소방공무원을 꿈꾸며 대구 모 병원의 코로나 현장에서 응급구조사로 근무하고 있다. 여기 또 한 명의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젊은 여성이 있으니 과연 대를 이은 의인이다.


응급구조사로 대구 모 병원에서 근무 중인 김동수님이 둘째 따님 김예나씨. 정말이지 대를 이은 의인이다.




김동수님은 여전히 힘들어 하고 계시다. 사실 오늘은 김동수님의 응급의료법위반 공판기일이 있는 날이다. 제주에서 열리기에 직접 가보진 못하고 이렇게 글로 응원하고자 한다. 응원하는 많은 분들이 그 날을 기억하고 있음을 상기하시고 힘내시길 바란다. 김동수님께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었던 당시 고등학생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학생들의 동의를 얻고 올립니다)




김동수 아저씨께…시간이 지나고 이제 계절까지 바뀌었지만 김동수 아저씨는 안녕하지 못하실 거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이렇게 연락을 하는데 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그 날 아저씨께서 보여주신 용감한 용기와 그 대담한 배려심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죄책감으로 현재 너무 큰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신다는 아픈 소식을 듣고 있어요. 제가 그런 마음 다 이해한다 위로한다 해도 아저씨께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갈 수는 없지만 항상 저와 같이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아프지만 그 상처가 아물면 더 큰 세상이 다가올 것이예요. 힘내세요! 여고생 한명이 올림. (황예리 학생)
안녕하세요 아저씨의 아름답고 멋진 구조 활동 이야기를 국어 시간을 통해 들었어요.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씁니다. 아저씨 덕분에 저희의 마음이 참 따듯해졌답니다. 빠른 회복을 빌구요. 힘내세요!!!! (송진서 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동탄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이현지입니다! 멋있는 아저씨, 저희가 아저씨 정말 많이 응원하고 있어요. 약 잘 드시고 빨리 건강 회복하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잊지 않을게요. 기운내시고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세요. *^^* 앞으로는 정말 좋은 일만 있을거예요~ 힘내세요. 파이팅!! (이현지 학생)
안녕하세요. 김동수 아저씨, 동탄고등학교 1학년 학생 이승민이예요. 전 세월호도 아저씨도 꼭 잊지 않을 거예요. 언니오빠들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얼른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이승민 학생)


안녕하세요. 보여주신 용기에 너무 감사드리고 잊지 않겠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빨리 건강 회복하시길 바라고 딸 되시는 분과 행복하게 지내시길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홍주희 학생)
보여주신 용기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약 드시고 어서 몸 회복하시고 행복한 일만 있길 기도할게요!! (이승미 학생)
안녕하세요!! 곧 여름이네요!! 더위 조심하시고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 몸조리 잘하시고 빨리 나으세요. ^^ 언니도 공부 열심히 해서 수능 잘 보라고 전해주세요! 힘내세요!! (함지선 학생)
소중한 언니오빠들의 생명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잊지 않겠습니다. (강혜리 학생)
보여주신 용기에 감동하였습니다. 얼른 기운 차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하고 잊지 않겠습니다 (이도현 학생)
김동수씨의 용감한 용기 정말 감사드립니다. 잊지 않을게요. (박유진 학생)
김동수씨의 용기에 감동과 찬사를 보내고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소현 학생)
김동수 아저씨 시간이 지났지만 저희는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에 감사합니다. (김주영 학생)
김동수 아저씨 힘내세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수영 학생)
김동수씨! 잊지 않을게요. 정말 옳은 일 하신 거예요!! 파이팅~ (손은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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