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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l 06. 2020

[프롤로그] 한국인 팔자엔 '주역'이 있다

내가 왜 팔자에도 없는 주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거지.      


막상 공부하겠다고 주역 책을 잡았으나 어느 순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투덜대는 나에게 친구가 말한다.     

“잘 생각해봐. 분명 네 팔자에 있을 거야.”     

     

그 말을 듣자 마자, 불현듯, 글자 그대로 성냥개비에서 불이 화르륵 켜진다. 환하게 타는 성냥불 너머 10여년 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의 서쪽 도시 ‘카쉬가르’가 어른거린다. 한 때 러시아 영사관으로 사용되었던 유서 깊은 ‘셔먼빈관(色滿宾館)’의 존스카페에 앉아 있는 내가 보인다. 나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태극기의 뜻을 설명하고 싶었다. 마침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한국남자가 눈에 들어 온다. 한의사라는 그는 개원을 앞두고 여행 중이라 하였다. 처음 만났던 우루무치에서부터 동선이 같아 함께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는 항상 주역책을 손에 들고 틈만 나면 외우고 있었다. 그에게 불쑥 물었다.     

     

“태극기의 4괘는 무슨 뜻이예요? 외국 친구들한테 설명 좀 해주고 싶은데……”     

     

기다렸다는 듯이 종이를 꺼내 4괘를 설명해주는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고개 숙인 그의 머리카락이 새까맣다. 지금은 하얀 머리카락이 제법 덮여 있는데.     

     



그와 결혼 후 10여년간 어쩌면 나는 이 장면을 한번도 떠올리지 못했을까? 정말 단 한번도 4괘를 묻는 나와, 설명을 해주는 남편에 대해 떠올려 본 적이 없었다. 주역은 내 팔자에 있다 못해 우리를 이어주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남편은 태극기 4괘의 뜻을 마친 후 나에게 관심 있다는 고백을 하고 말았다. 그동안 나는 그 장면에서부터만 기억하고 있었다.   

  

‘주역’이라 하면 삶의 현실과 동 떨어진 먼 나라 이야기, 복숭아 나무  신선들이나 나눌 법한 이야기같지만 사실 한국인이라면 모두 팔자에 주역이 있다. 태극기의 ‘태극’과 모서리에 그려진 ‘4괘’를 우리는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쓰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전설 상의 인물인 복희(伏羲)씨가 만들었다는 ‘괘’는 언어가 생기기 전에 만들어진 일종의 암호라 할 수 있다. 음과 양의 조합만으로 만물의 뜻과 변화 원리를 설명한 괘를 아는 것은 조상이 우리에게 남긴 삶의 지혜를 발굴하기 위한 첫 시작이지 않을까.     

     

8괘의 이미지와 의미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주역의 64괘 중 특히 와닿았던 20개 괘를 중심으로 주역 에세이를 시작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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