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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l 07. 2020

[주역에세이] 태극기에 4괘 있다

주역의 기본, 8괘 중 4괘 먼저 시작해볼까요?

주역 외우는 남자를 만나다


지금의 남편은 중국 신장 우루무치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다. 당시 한의원 개원을 앞둔 상태였던 그는 ‘주역(周易)’을 외우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한의사 하면 개량한복 입고 지리산에서 약초 캘 거 같은 이미지인데, 주역이라는 신선 복숭아 먹는 소리까지 하니 참 별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랬던 내가 그와 인연이 되었고 그 결과 ‘팔자에도 없는’ 주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2만여 자가 되는 주역을 외운 몇 안되는 한의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의역동원(醫易同原)>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의술과 역술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하여 많은 의자(醫子)들은 주역을 공부하였다고 한다. 공자가 책을 하도 읽어서 책을 묶은 끈이 3번이나 끊어졌다는 그 유명한 위편삼절(韋編三絶)의 주인공도 주역이었다고 한다.      


최근 읽은 이순신의 <난중일기>나 칼융의 자서전에도 주역이 언급된다. 이 정도면 ‘대관절 주역이 뭣이관데?’하는 의문이 드는 거다. 말로만 듣던 ‘사서삼경’의 삼경 중 하나 또한 ‘역경(易經)’, 즉 주역이다. 주역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철학관에서 사주팔자나 점을 볼 때 참고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다. 동양철학의 최고봉이라는 주역이 궁금해진다. 내가 주역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언어를 공부하려면 알파벳에 해당하는 것을 공부해야 하듯 주역 기호시스템의 시작은 ‘효(爻)’이다. ‘이어진 선(ㅡ)'을 양효(陽爻)라 하고 ‘끊어진 선(--)'을 음효(陰爻)라 한다. 이들이 1층에서 3층까지 쌓이며 8개의 ‘괘상(卦象)’을 만든다. 그것이 주역의 8괘이다. 각 괘의 이미지와 상징하는 바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태극기의 4괘, ‘건곤감리’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하늘, 건괘/乾卦

☰ ‘이어진 선’인 ‘양효’가 1층에서 3층까지 쌓여 있다. ‘순양(純陽)’으로 경계 없이 펼쳐진 끝없는 ‘하늘’을 상징한다. 쉼표가 없는 굳센 힘이 느껴진다. 하늘같이 든든한 사람을 상상해도 좋다. 괘상의 이름은 ‘건괘(乾卦)'이다.


땅, 곤괘/坤卦

☷ 건괘와 반대이다. ‘끊어진 선’인 ‘음효’가 1층에서 3층까지 쌓여 있다. ‘순음(純陰)’으로 ‘땅’을 상징한다. 만물이 여기에서 나고 길러지므로 어머니와 같은 느낌이다. 괘상의 이름은 ‘곤괘(坤卦)’이다.


 물, 감괘/坎卦

☵ 1층과 3층의 음 사이에 양이 끼어 들어가 있는 모습으로 물(水)을 상징한다. 끊어진 선(음효)이 1층과 3층에 놓여 있어 그 틈 사이로 언제든 새어 나갈 여지가 있어 보이지 않나? 미꾸라지처럼 틈 사이로 미끄럽게 빠져나갈 거 같은 통제불능의 자녀를 생각해보자.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존재를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호시탐탐 나가서 놀 생각만 하는 천방지축 아들래미가 생각나는 이 괘상의 이름은 '감괘(坎卦)'이다.


불, 리괘/離卦

☲ 물로 표현한 ‘감괘’와 반대인 이 괘상은 1층과 3층의 양 사이에 음이 끼어 들어가 있는 모습으로 ‘불’(火)을 상징한다. 외피는 밝으나 속은 어둡다. 겉은 강하고 속은 부드러운 어떤 것을 떠올려도 좋다. 하늘, 태양, 밝음 등을 상징하는 양이 2개나 있으니 그 후끈함이 느껴지는 괘상이다. 밝은 기분, 날아갈 것 같은 기분, 낮, 희망 등을 ☲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괘상의 이름은 ‘리괘(離卦)’이다.   


여기까지 벌써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 땅을 상징하는 ‘곤괘’, 물을 상징하는 ‘감괘’, 불을 상징하는 ‘리괘’를 살펴보았다. 8괘의 반을 익혔고, 태극기의 4괘, ‘건곤감리’를 전부 살펴본 것이다. 하늘, 땅, 물, 불을 상징하며 만물의 조화와 섭리를 나타내는 태극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철학적인 국기라 하겠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나머지 4괘를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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