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고개

나와 아기를 위한 기록

by Reen

스무고개는 20번의 질문 이내 답을 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스무고개를 위한 질문을 내거나 답을 맞히기 위해 이 단어를 떠올렸던 건 아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단어 의미 그대로 스무고개 혹은 그 이상의 고개고개를 넘는 거 같단 생각이 영감을 줬다.






육아를 하면서 기록하는 삶을 살고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놓치거나 잊어버리는 게 생기기 마련. 그러니 적고 또 적는다. 현실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기록한다.



기록한 걸 찬찬히 다시 보진 못할 때도 있고 SNS 등에 슬쩍 내비치듯 기록을 공유할 만한 수준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록은 그 자체로 소중한 시간을 붙잡는 행위다. 시간이 지나면 의미가 보다 깊어지겠지 생각하는 이유다.



힘들고 지칠 때가 많더라도 나중에는 그 기억이 추억이 되어 붙잡고 살겠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내 아이의 아기 시절도 꾸역꾸역 끄적인 기록에서 찾겠지. 에너지 넘치는 몸짓이 가끔은 벅차지만 지금 이 시점엔 나만 바라보는 귀여운 생명체.






우리 아기는 300일이 됐다. 100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활발해 끊임없이 앉고 서며 자기주장도 강해졌다. 하지만 그때보다 더 크게 소리 내어 웃는다. 까꿍 놀이로 귀여운 짓도 하며 엄마 표정을 살필 줄 안다.



벌써부터 훗날 그리운 마음이 들 거란 생각에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순간 정신을 차리곤 한다. 오늘따라 유독 잘 생각은 안 하고 돌아다니며 놀고 막수로 분유는 더 먹어야 하는데 안 먹고. 점점 늦게 자는 거 같아 속이 탔지.



앉았다 일어섰다, 침대에서 몇 초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서있다가 넘어지기, 자고 있는 아빠 몸통 넘어가기. 하루 종일 수십 번 수백번하는 듯하다. 꽤 힘들 만 한데 아기에게는 다 놀이인가 보다. 하루의 끝에 엄마는 웃음기가 줄어드는데 아기는 거의 잠들기 직전까지도 웃는다.






기록만이 살길이라며 악착같이 기록으로 무언가 성장을 이뤄워킹맘 이야기를 내심 녹여내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서툰 게 더 많고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은 스무고개를 넘고 있는 중이어서일까. 답을 내릴 단계는 아니었다.



그래도 결과만큼이나 과정 자체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직 몇 번째 고개를 넘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언젠가 스무고개를 넘은 나를 발견할 수 있길. 로또 대신 기록을 택한 내가 답이길.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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