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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ercreat Dec 25. 2018

공유스쿠터는 세그웨이가 될까 우버가 될까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공유스쿠터의 미래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핫이슈는 '공유 전기 스쿠터'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스쿠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미국 서부에서 시작하여 미국 전역에 진출했고 현재 파리, 런던, 마드리드 등 유럽에서도 공유스쿠터를 즐기고 있다. 브라질, 멕시코에서도 공유 스쿠터가 진출했고 우리나라에도 서울에 '킥고잉'이라는 업체가 사업을 시작하는 등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공유 전기 스쿠터는 걷기는 너무 멀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몇 정거장 안 가는 거리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자전거처럼 힘을 들이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고 도시의 바람을 가르며 타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교통수단이다. 자전거와 단거리 대중교통을 '대체'할 수 있는 공유 전기 스쿠터는 기본요금 1달러와 분당 15~20센트의 요금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부담되지 않는 요금으로 놀이를 즐기듯이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폭발적인 인기와 성장을 가져왔다.


공유 스쿠터의 선두 기업은 '버드(bird)'이다. 2017년 9월에 우버의 부사장 출신인 트래비스 반더잔드가 창업한 기업으로 미국 서부 산타모니카에서 출발하여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파리, 런던, 브뤼셀 등에서 버드를 이용할 수 있게 확장했다. 올해 6월에는 버드의 기업가치가 20억 달러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 스타트업의 성공 기준으로 유니콘 여부(기업가치 10억 달러)를 판단하는데 버드는 창업한 지 1년도 안돼서 유니콘이 되었다.

버드의 공유 스쿠터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버드'의 공유 전기 스쿠터를 이용할 수 없다. 스타트업의 성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공유 전기 스쿠터를 이용할 수 없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더 군다니 샌프란시스코는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라 전기 스쿠터는 단거리 이동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교통수단인데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된 것일까?


엄밀히 얘기하면 샌프란시스코 내에서는 '버드'를 이용할 수 없으나 'SKIP'과 'SCOOT'이라는 업체의 공유 전기 스쿠터는 이용이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 당국은 공유 전기 스쿠터 사업자를 위 2곳으로만 지정하고 나머지 업체는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SKIP
SCOOT

올해 5월까지만 하더라도 '버드', '라임'을 포함한 공유 스쿠터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많이 돌아다녔는데 시 당국에서 6월 4일까지 모든 공유 스쿠터를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심사를 거쳐 'SKIP'과 'SCOOT'만이 승인받았고 10월 15일 이후 향후 6개월간 각각 625대 총 1,250대까지만 운행하도록 제한했다. 이후 다시 심사를 거처 각각 625대를 늘릴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공유 스쿠터 총량을 2,500대 이하로 제한하고 싶은 것이다. 규제 전에 보여준 공유 스쿠터의 문제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안전 문제다. 갑자기 늘어난 공유 스쿠터와 이용자들 때문에 여기저기서 사고가 났다. 특히 전기 스쿠터도 엄연한 교통수단이므로 도보에서 다니면 안 된다. 시속 25km/h 정도의 속도로 도보를 달리다가 행인과 부딪히거나 조형물과 부딪히면 큰 사고가 난다. 그런데 도보로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헬멧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는 이용객들이 늘며 사고 위험이 커졌다. 

헬맷을 쓰지 않은 이용객

두 번째 문제는 널브러져 있는 스쿠터 문제다. 대부분의 공유 전기 스쿠터 업체는 dockless 서비스를 제공한다. dockless는 자동차처럼 별도의 주차장소가 없이 그냥 길 아무 데나 대놓고 어플로 반납처리를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용객에게는 편리하지만 스쿠터가 도보에 방치되면 걸어 다니는 행인에게 불편함을 주고 시각장애인에게는 큰 위험 요소이므로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길거리에 널부러진 스쿠터

세 번째 문제는 난립하는 업체와 관리의 부족이다. 공유 전기 스쿠터는 하나의 유행처럼 전 세계적으로 핫 사업 아이템이 되었고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업체들이 난립하였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전기 스쿠터 철수 명령을 한 이후 다시 사업 재개 공고를 낼 때 지원 한 업체는 총 12곳이다. 샌프란시스코는 88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인데 전기 스쿠터 업체 12곳이 모두 허가를 받는다면 길거리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스쿠터 투성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또한 전기 스쿠터는 엄연한 교통수단이고 전자기기이므로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선 유지보수가 중요하다. 지난 8월에 '라임' 회사의 전기 스쿠터에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라임'은 화재 원인을 배터리 문제라고 밝히며 문제 있는 스쿠터 2000대를 리콜로 대응했지만 이용객들의 불안은 심화되었다. 시 당국은 스쿠터 개수의 확장보단 한정된 전기 스쿠터를 정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업체가 사업을 해야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는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공유 전기 스쿠터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고 2개의 업체만 허가했다. 하지만 'SKIP'과 'SCOOT'은 '버드'와 '라임'같은 메이저 업체보다는 규모가 작다. 샌프란시스코 당국이 위 2곳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파이낸셜 타임즈는 '규칙에 따라 행동하라'는 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버드'와 '라임'은 시 당국의 공식적인 허가가 진행되기도 전에 사업을 시작하여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 갔고 시 당국에 공식적인 허가 없이 사업을 하지 않은 'SKIP'은 샌프란시스코에 진출하지 않았다. SKIP의 CEO는 기술 기업의 'Move fast and break things' 전략이 더 이상 성공하기 힘들다고 얘기했고 자신들은 시 당국과 협력하며 순리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도 업체 선정 기준에 대해 '타 도시에서 사업한 경험이 있는지', '도시의 규정을 준수한 이력이 있는지'를 고려했다고 했다.


이번 사례를 통해 현지 언론들은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우버 학습효과에서 비롯하여 위 같은 결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우버가 빠르게 확장하며 샌프란시스코의 택시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줬는데 우버가 사회적 합의 없이 'Move fast and break things' 전략을 고수하고 법적 허점을 파고들어 소송으로 대응해서 시 당국이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시 당국은 이를 교훈 삼아서 예전의 혼란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버를 반대하는 택시기사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공유스쿠터에 대한 규제는 업계가 넘어야 할 문제다. 위 규제는 공유 스쿠터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쿠터 전용도로가 없으니 도보나 자동차 도로로 움직이다 사고가 나는 것이고 시장 점유율 확장만 추구한 채 스쿠터 관리에 소홀하니 제품 화재나 오작동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 스쿠터 업계가 문제를 극복하고 한 걸음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 비슷했던 제품은 어떤 운명을 맞이 했는지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아 '세그웨이' 사례를 살펴보자.


세그웨이는 전기 충전식으로 시속 20km/h까지 갈 수 있고 자전거와 근거리 대중교통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지금의 전기 스쿠터의 스펙과 상당히 유사하다. 2000년대 세그웨이가 출시될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인간의 다리를 대체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다 라는 평가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벤조스 같은 혜안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나오기만 하면 대박이다 라는 제품이었다. 허나 18개월 동안의 판매 실적이 6,000여 대에 그치면서 저조한 성과를 보였고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세그웨이 탈 줄 알았다.

실패 원인으로 1대 당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도 있었지만 '안전 문제'와 '활용도'에 문제가 있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그웨이는 전량 리콜에 들어갔다.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는 광고와 달리 배터리가 약해지면 쉽게 균형을 잃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심지어 2010년에는 미국 세그웨이사를 인수한 영국의 사업가 지미 헤셀든이 세그웨이를 타다 사고로 사망했다.


세그웨이는 1회 충전당 최대 39km까지만 운행 가능하며(공유 전기 스쿠터는 1회 충전당 약 48km를 갈 수 있다) 시속 20km/h의 속도만 내서 인도에서는 너무 빠르고 차도에서는 너무 느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었다.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용도로를 만든다든지의 노력을 하지 못한 채 세그웨이는 시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세그웨이와 전기 스쿠터는 스펙과 활용도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세그웨이처럼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으려면 제품의 '안전성'을 철저히 확보해야 할 것이며 시 당국과 협력하여 시속 20km/h에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 자전거 전용 도로처럼 공유 전기 스쿠터가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가 마련된다면 도보의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고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활용성'이 확보된다.


허나 공유 스쿠터가 세그웨이보다 긍정적인 점은 2000년대 상황보다 훨씬 나은 외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바로 '공유'라는 게 대세인 시대 환경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공유하게 될까?

공유 스쿠터는 세그웨이처럼 1대 당 1,000만 원짜리 제품을 안 사도 되고 기본요금 1달러와 추가 요금 15~20센트/분을 내면 끝이다.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시대에서 공유 스쿠터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또한 우버와 같은 공유 자동차 업계의 확장은 이동 수단을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있다. 우버의 CEO는 출발지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운송 수단을 다 책임지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공유 스쿠터는 우버 공유 자동차가 하지 못하는 'Last mil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다. 


또한 공유 스쿠터는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라 '친환경적'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2000년대 보다 더 높아진 지금 공유 스쿠터는 더욱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점차 이동수단이 '서비스'화 되고 있다. 소유에서 공유로 거대한 물결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우버는 '라임' 공유 스쿠터 업체에 투자했고 공유 스쿠터 업체를 아예 인수하고 싶어 한다. 또한 포드도 스핀(Spin)이라는 공유 전기 스쿠터 업체를 인수했고 독일 다임러도 독일 내에서 전기 공유 스쿠터 확대를 추진하는 등 전통 자동차 업계에서도 공유 스쿠터에 대한 관심이 많다.


공유 전기 스쿠터 업체는 세그웨이의 실패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시 당국과 협업하여 안전과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과연 '버드'와 '라임'과 같은 공유 스쿠터 업체는 잠깐 유행이었던 세그웨이 모델을 따라갈지 아니면 공유의 대세가 되어버린 우버가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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