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독일을 갈 때 직항으로 갈 수 있는 법은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목적지로 하는 것이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직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뮌헨은 루프트한자 항공만 직항을 운영한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경제 중심도시이며 물류 허브도시로서 세계 여러 공항과 연결되어 있는 독일의 관문이다.
2018년 기준,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약 6,950만명의 여객수를 기록했고 유럽에서 4번째로 승객들이 붐비는 곳이다. (인천공항은 2018년에 약 6,826만명의 여객수를 기록했다)
2018년 유럽 내 공항 승객수 순위, 출처:스키폴 공항 annual report 항공화물은 2.2백만톤을 처리하며 유럽 내 1위이고 공항 내 94개의 항공사가 있으며 1년에 512,115대가 이착륙을 했다.
최근 이 거대 허브 공항에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유럽 내 여행수요의 증가로 항공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승객수도 최근 2년간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증가세가 일어나고 있다. (2017년 +6.1% 증가, 2018년 +7.8% 증가)
프랑크푸르트공항의 승객 증가율 추이. 출처:FRAPORT Visual Fact 2019년에도 상반기 기준, 전년대비 +3.0% 증가한 3,364만명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방문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중국인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 중국인이 유럽에 많이 와서 그런 것일까?
그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더 주된 요인은 바로 유럽 내 여행 수요의 증가다.
출처 ACI 2017년에는 유럽은 아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성장률인 +8.8% 승객 증가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전년비 +6.1% 증가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승객의 64%는 유럽 대륙에서 온 승객들이고 36%만이 미국, 아시아 등 유럽 외 승객들이다. 18년 기준, 유럽 승객들의 증가율은 +10.8%로 유럽 외 승객 증가율 +2.8%를 훨씬 뛰어넘는다. 왜 그럴까?
바로 LCC 성장세로 비롯한 유럽 여행 수요의 증가세다.
출처:FRAPORT Visual Fact 유럽 내에서 이동하는 비행기 중 44%는 LCC다. 2013년에 이후 5년 만에 점유비가 9%가 증가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북유럽쪽은 전체 항공사 중 LCC의 비중이 거의 50%에 육박한다.
유럽에는 얼마나 볼 것이 많은가. 자연환경, 역사적 유적지, 축제 등 유럽 내에서 가고 싶은 곳이 많은데 이 여행수요를 LCC가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며 실현시켜 준 것이다.
출처:WAC 2017 프랑크푸르트 공항도 트렌드에 더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 2017년 3월 LCC를 위한 게이트를 오픈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허브 공항으로서 최대한 많은 승객을 모아서 대륙 밖으로 멀리 보내는 것에 집중하다가 전략을 변경한 것이다. 더 이상 LCC가 가져오는 승객 증가를 무시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출처 : World Aviation conference 2017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2017년에 뒤늦게 LCC를 받아들였지만 기존 허브 항공 인프라와 LCC 신규 노선을 결합하며 시너지를 일으켰다. 기존 Full Service Carrier인 루프트한자가 대륙 밖에서 손님들을 끌어오면 라이언에어나 이지젯이 독일 베를린이나 영국 런던으로 다시 보내는 역할을 하며 공항에 승객수를 크게 끌어올렸다.
승객 수의 증가는 매출과 이익에도 큰 도움을 준다. 공항의 수익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출처:FRAPORT Visual Fact Aviation 파트 매출은 공항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내는 금액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항공 티켓을 끊을 때 자세하게 보면 '공항세'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 공항세가 Aviation 매출에 포함된다. 또한 비행기가 이착륙 시 내는 수수료, 항공기의 주차비, 화물에 대한 보관료 등이 포함된다.
Retail은 공항 내 점포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의미하며 Ground Handling은 비행기 착륙 후 다리를 놓아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와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해서 수화물을 안전하게 운반하는 서비스 등의 매출이다. 공항의 매출은 승객들을 많이 모으거나 비행기가 이착륙을 많이 하거나 승객들이 공항 내 물건을 많이 살 때 증가한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2018년 전년비 매출이 +18% 증가하고 영업이익 +14% 증가했다.
FRAPORT AG 실적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더 큰 이익 증대를 목표로 통 큰 결정을 하는데 바로 2023년까지 3 터미널 건설을 완공하는 것이다. 투자 결정의 중요 이면에는 LCC와의 더 큰 연계를 위해서다. 우선 2021년까지 PIER G를 건설해서 승객 400~500만명 정도 더 수용 가능한 터미널을 만들 것이며 이 곳은 LCC 전용 터미널로 운영할 예정이다.
2019년 4월 기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제공하는 전체 좌석중 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6.3%다. 3 터미널이 완공되면 1,400만명 정도를 더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되고 LCC와의 연계도 더욱더 커질 수 있다.
출처:https://blueswandaily.com/frankfurt-airports-third-terminal-construction-is-under-way-and-a-lcc-p ACI에 의하면 2040년까지 여객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4.1% 증가하며 유럽은 연평균 +3.0% 증가한다.
출처:FRAPORT Visual Fact 2040년까지 대륙별로 승객 성장 기여도로 따지면 아시아 다음으로 유럽은 2위이다. 유럽의 항공수요가 계속해서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출처:ACI 유럽 내의 거대한 수요를 본 프랑크푸르트 항공은 과감하게 35억유로~40억유로를 투자해서 3 터미널을 짓기로 결정했다. (18년 매출액이 약 35억 유로이니 1년 치 매출액을 투자하는 셈이다)
출처:FRAPORT Visual Fact 3 터미널이 LCC 수요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 '환승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전략도 있다. 허브 항공에서 중요한 수익요소는 환승객 모집이다. 허브 항공은 대체로 정기적인 비행 스케줄을 운영한다. 공항 입장에선 어차피 스케줄대로 가야 할 비행기라면 최대한 승객을 많이 태워 보내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환승제도를 활용하여 세계 각지의 승객을 일단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모아서 최종 목적지가 같은 사람끼리 하나의 비행기에 다시 태워 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직항 보다 저렴한 환승 티켓을 제공하여 승객들을 허브 공항으로 끌어모은다.
(루프트한자 항공의 경우 프랑크푸르트 공항 주식을 8.44% 보유하며 허브 공항으로 활용하고 있다. 루프트한자가 저렴한 transfer 티켓을 고객에게 제공하여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모으고 다시 여러 지역으로 보낸다.)
각지에서 끌어모아 한 곳에서 다시 흩뿌린다 18년 기준,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전체 승객 수의 55%가 환승객이고 유럽 내 hub connectivity가 가장 뛰어난 공항이다.
출처:스키폴 공항 annual report 환승고객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공항에 머물면서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환승객의 75%가 유럽 외에서 온 고객이다. 이들이 공항에 머물면서 면세점 소비를 주로 하는데 아래의 표는 인당 소비금액 TOP5 나라와 매출에서 차지하는 금액이 큰 TOP5 나라다.
출처:FRAPORT Visual Fact 왼쪽의 TOP5 나라는 승객 비율이 7% 밖에 안되는데 전체 리테일 매출은 28%를 차지한다. 중국의 소비파워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인당 소비금액 TOP5 안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뿐만 아니라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도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을 매일 운항하며 한국 손님을 모은다. 공항 입장에선 멀리서 와준 것도 고마운데 공항에서 소비까지 해주니 무조건 타겟팅을 해야 하는 고객이다. 환승고객들의 편의와 서비스를 증진시키기 위해선 붐비는 공항보단 넓고 한적한 공항이 필수적이다.
유럽 내 늘어난 항공수요에 발맞춰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LCC 게이트와 3 터미널 건설로 대응 중이다. 외부환경의 변화에서 어느 항공 관련 업체가 이득을 봤는지? 혹은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우선 이득을 본 업체는 '항공기 제조사'다. 상업용 항공기는 에어버스와 보잉이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특히 에어버스는 LCC 업체들의 늘어나는 주문으로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아시아 및 유럽에서 매출의 58% 발생하며 LCC 업체들이 주요 사용하는 A320 모델을 인도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에어버스 그룹 지역별 매출 현황. 출처:AIRBUS 2018년 기준, 에어버스 수주 잔고[좌측]와 에어버스의 비행기 인도 현황[우측]. A320 모델이 대부분이다. AIRBUS A320 에어버스 A320 모델은 가운데 복도 1개와 양쪽에 좌석 3개씩으로 구성된 소형 여객기로 유럽 내에서 이동시 주로 투입되는 단거리 비행기다.
A320 내부 구조 주 고객사는 LCC 항공사며 유럽 LCC 중 업계 2위를 자랑하는 EasyJet은 총 315대 비행기를 운행하는데 이중 181대가 A320이며 132대는 좀 더 작은 A319 라인을 운행중이다. 에어버스는 기존 A320보다 연료효율을 높인 A320 NEO를 출시하며 보잉 737MAX와 경쟁하는데 보잉의 신규 모델이 오작동으로 인해 운항 금지가 되면서 반사이익도 얻고 있다. 에어버스는 2018년에 800대를 인도했으며 2019년에는 880~890대를 인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가도 신고가 행진을 거두고 있다.
출처:Investing.com 또한 유럽 내 공항 중 LCC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공항이 이득을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빈 공항이다. 2018년 기준, 2,439만명의 승객수를 기록하며 전년비 +10.8% 증가했는데 2019년 6월 누계 기준으로는 전년비 +21.7%로 큰 폭으로 승객수가 증가하고 있다. 빈 공항은 Laudamotion와 Wizz Air 같은 저가항공사의 신규 노선 취항 덕에 승객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동유럽과 중앙유럽의 승객 수요가 +30%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고 했다.
빈은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적극적인 LCC 노선의 유치다. 전체 승객 중 LCC 승객의 비중이 17년 말 16.4%에서 18년 말 23.7%로 증가했으며 19년 1분기는 32.4%로 큰 폭 증가하였다.
2019년 1분기 기준 빈 공항 승객 현황, 출처:빈 공항 LCC의 성장세 덕분에 매출과 이익 모두 증가하며 주가 수준도 큰 폭으로 올랐다.
빈 항공 주가 추이 반면 항공기 제조사와 공항은 이득을 보고 있는데 LCC를 비롯한 항공 업체는 과당 경쟁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 아래의 표는 유럽 내 LCC 업계 1위 라이언에어가 제공한 주요 항공사 평균 판매 가격인데 업계 1위가 적극적으로 판매단가를 낮춰 점유율을 높이려고 하니 다른 업체들도 덩달아 평균 판매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18년 말 기준, 평균 판매단가표. 출처 라이언에어 라이언에어 주가 추이 LCC발 가격 경쟁으로 대형 사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데 루프트한자도 평균 판매단가가 낮아지며 19년 1분기 영업이익이 -3억 유로로 적자가 났다. 루프트한자는 항공업계의 Over capacity가 우려되고 과대한 가격 경쟁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루프트한자 주가 추이 항공업계가 지금 같이 가격 경쟁을 계속하고 신규 저가항공 업체가 계속 생겨난다면 항공사의 경영실적은 반등하기 힘들어 보인다. 가격 경쟁이 줄고 업체 간의 인수합병으로 항공사 숫자가 줄어든다는 식의 변화가 있다면 주가 및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지금 상황으로선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조사는 호실적이 기대되며 저가 항공 비율이 높아져가는 공항운영업체도 계속된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