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2.

한 번쯤은 앓아봤을, 혹은 앓고 있을 그 병

by 황정현

지병

[명사] 오랫동안 잘 낫지 아니하는 병.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中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언젠가 핸드폰에 저장해둔 시 구절을 또박또박 공들여 읽어본다. 마치 상비약처럼 때마다 찾게 되는 구절. ‘헤어짐’이란 몹쓸 지병에 또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 보란 듯이 잘 들으라고, 잘 듣고 빨리 추스르라고 재촉 중이다.


‘만남과 헤어짐’만큼 잔인한 삶의 공식도 없다. 눈으로 가늠할 수 있는 한 사람의 부피만도 어마어마했기에, 과거와 미래로 점철된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까지 예측할 수 없었다. 오차 인정. 한 사람의 왔다감으로 인한 공백과 근거 없는 허함은 예상보다 늘 크다.


갈피 없이 흔들리고 있는 이성의 머리채를 붙잡기 위해 고개를 휘저어본다.

"비정상인 것 같지만, 사실 지금 넌 지극히 정상이다. 원래 ‘1’이었고, 잠시 ‘2’가 되었다가, 다시 ‘1’로 원상 복귀된 것뿐이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것 같은 이 느낌은 100% 네가 꾸며낸 허구다."

계속해서 이성의 빗자루로 마음의 잔여물들을 쓸어낼수록 지금의 내가 지극히 비정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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