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7.

영화 '춘몽'을 꾸고 난 뒤,

by 황정현

차가워야 하지만 따뜻한

꿈같은 주말이 가고 있다. 원래 좋은 것들은 마치 꿈같이 간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것은 내가 인정하고 포기할 때까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준다. 영화 '춘몽' 속에는 이 모양 저 모양의 아픈 사람들이 산다. 자신의 아픔 때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서로의 아픔까지도 어렴풋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선 관계의 기교나 교양, 포장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참 서툴고 투박하며 노골적으로 서로를 보듬는다. 이 노골적인 보듬음은 차가워야 할 영화를 참 따뜻하게 만든다. 마치 공기는 차갑지만 햇볕은 따뜻해서 날씨의 간이 딱 맞는 가을처럼 이 영화도 그랬다.


쌉싸름한 보듬음의 맛

한편 불가피해 보이는 보듬음의 맛은 쌉싸름하다. 누구나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원하는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가 삶의 새로운 국면을 만든다. 그 투박한 보듬음들이 진짜 그녀가 원하는 것인가. 주고받고는 있지만 원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그녀가 원하는 건, 오토바이를 탄 신체 건강하고 정신 건강한 남자, 곧 유연석이며 (^-^;) 그가 사는 바로 저편이다. 그래서 그녀는 꿈같이 나타난 그 앞에서 비로소 나비처럼 사뿐히 절로 춤을 춘다. 그녀가 나비인 듯, 나비가 그녀인 듯 알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가벼이 날아간다.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예요."


꿈인지 생시인지, 생시인지 꿈인지

살다 보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순간이 종종 온다. 어쩌면 그 순간이 내내 감춰져 있던 이 삶의 정수를 자각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현실을 꿈처럼, 꿈을 현실처럼. 현실이 꿈임을, 꿈이 현실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면서 사는 것. 영화 속 그녀의 죽음은 죽음이었을까. 어쩌면 그녀는 비로소 꿈에서 깬 것이 아니었을까. 꿈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또 다른 삶의 국면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현실과 꿈은 대조적인가. 그냥 생각해본다. 탁월한 이상주의자는 꼼꼼하게 현실을 쪼개 보는 사람일 것이며, 가치 있는 리얼리스트는 누구보다도 뜨거운 이상을 그리는 사람일 것이라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