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1.

존재와 존재감의 관계, 영화 '사랑은 부엉부엉'

by 황정현

존재와 존재감에 대한 질문, 영화 ‘사랑은 부엉부엉’


그럴싸한 가면을 쓰지 않아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는 남자. 철저히 가면을 쓰고서 매일 존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남자는 존재하지만 존재감이 없다. 존재감이 없는 그는 집, 회사, 거리 그 어느 곳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결국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서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서 가면을 쓴다. 간신히 붙잡고 있던 자신이란 끈을 놓아버리듯 수리부엉이 가면을 입어버린다.


존재를 증명해가야만 하는 운명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의혹 때문에 의사로서의 생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여주인공이 던진 대사가 인상 깊다.


"한 번도 없었어요. 단 한 번도 죽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도 문 선생님이랑 사고가 나던 순간에도 나는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괴로웠습니다.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보다 살고 싶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고 싶어서. 그게 미안해서. “


"윤서정 선생은 왜 의사가 됐습니까?"

"의사가 되면 제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생에 대한 우리의 애착과 노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열심히 공부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좋은 대학이나 1등이 아니라 그저 살고 싶어서, 그 자리에서 존재하기 위해서였다. 열심히 일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돈이나 인정도 다 잘 살고 싶어서, 이 곳에서 함께 존재하기 위해서였다. 열심히 사랑을 구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거창한 진리나 로맨스보다 매 순간 의미 있게 살고 싶어서, 온전히 존재해보기 위해서였다. 공부로서 일로서 사랑으로서 소비로서 무엇으로서든 존재란 것을 한번 해보기 위해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 이토록 애쓰고 있는 것이다.


존재감과 존재의 관계 도식


특별한 계기 없이 신비스런 수리부엉이와 사랑스런 판다양이 남자의 삶에 찾아온다. 두 존재는 그 자체로서 남자의 흐릿하고 가벼운 존재감에 무게를 더해준다. 존재는 존재감을 통해서 그려진다. 그러나,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받으라고만 말했지 어디서도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안식처가 없다. 소위 말하는 어른이 된 후 '나'라는 존재가 주체가 아닌 돈이나 누군가의, 또 어떤 목적을 위한 객체나 도구, 수단이 되는 상황들을 자주 마주한다. 결국, 어느 순간 우리도 영화 속 남자처럼 가면을 입어버린다.


존재가 스스로 증명해내야만 하는 것이라면, 존재감은 외부 세계로부터 오는 것이다. 존재와 존재감이 알맞게 상호 운동할 때 심장은 비로소 살아있는 듯 박동하기 시작한다. 존재와 존재감은 '닭과 달걀, 달걀과 닭'처럼 생명의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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