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원짜리 양말과 30만 원짜리 밥 한 끼의 거래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최전방 근무를 마무리하고 버스에 기대어 간신히 퇴근하던 길,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진 빵집 하나를 보게 됐다.
언제 가는 반짝였을 빛바랜 빵집, 그곳에는 오늘 아침 그 어떤 꿈들로 뜨겁게 부풀었을 이모양 저 모양의 빵들과 제과 명장 빵집 주인이 가만히 식어있었다.
그들은 모두 갈 곳을 잃은 걸까.
회사 동료가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의 에피소드를 말해준 적이 있다. 자신의 3만 원짜리 양말 세 켤레 중 한 켤레를 물집으로 고생하며 10시간 동안 5km를 힘겹게 걸어온 이에게 선물로 전해주었는데 후에 그 사람으로부터 30만 원짜리 밥을 얻어먹었다고 했다. 스스로에게는 돈의 액수와 가치를 뚜렷히 구분하게 된 경험이자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저 멀리 산티아고 순례길뿐만 아니라 여기 장위동 어느 길 위에서도 3만 원짜리 양말 한 켤레가 30만 원의 밥 한 끼로 거래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돈의 액수와 가치가 꼭 정비례하지 않아도 되고, 따뜻한 마음과 웃음이 더해져 돈의 액수보다 두둑한 일상을 지닌 부자들이 많은 곳에서 살고 싶다. 오늘 만난 제과 명장 빵집 주인과 이 모양 저 모양의 남겨진 빵들처럼 누군가의 꿈과 수고가 갈 곳을 잃어 차가워지지 않는 길, 그런 길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