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7.

통제 불가의 망각과 상실들

by 황정현

샅샅이 뒤져도 결국 없었다.

어제 가져갔던 가방, 입었던 겉옷 주머니, 온방-

어디에도 없었다.

젠장 카메라 배터리를 잃어버렸다.


멍 -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았다.

가볍게 몇 번 틀리고 나니

느닷없이 아이폰이 잠겼다.

나로선 별다른 수가 없어 A/S센터에 전화를 거니,

언젠가 내 손으로 설정했다는 신원확인 질문이

낯선 남자의 목소리로 되돌아왔다.


“당신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간 곳은 어디입니까?”

“당신이 태어난 곳은 어디입니까?”

“당신의 꿈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

기억나지 않았다.

질문도 답도 까맣게 잊은 것이다.


하루 사이-

카메라 배터리를 잃어버렸고

비밀번호를 잊었고

어제 먹은 점심 메뉴를

처리하려던 회사 일을

읽으려던 책 제목을

가보고 싶었던 곳을

꼭 말하고 싶던 그 단어를

누군가와의 약속을

눈물을

웃음을

사람을

사랑을

잊고 잃은 어떤 것을

또 잊어버리고-

또 잃어버리고-


통제 안 되는 수억 개의 망각과 상실들이

통제 안 되는 나를 매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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