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가의 망각과 상실들
샅샅이 뒤져도 결국 없었다.
어제 가져갔던 가방, 입었던 겉옷 주머니, 온방-
어디에도 없었다.
젠장 카메라 배터리를 잃어버렸다.
멍 -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았다.
가볍게 몇 번 틀리고 나니
느닷없이 아이폰이 잠겼다.
나로선 별다른 수가 없어 A/S센터에 전화를 거니,
언젠가 내 손으로 설정했다는 신원확인 질문이
낯선 남자의 목소리로 되돌아왔다.
“당신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간 곳은 어디입니까?”
“당신이 태어난 곳은 어디입니까?”
“당신의 꿈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
기억나지 않았다.
질문도 답도 까맣게 잊은 것이다.
하루 사이-
카메라 배터리를 잃어버렸고
비밀번호를 잊었고
어제 먹은 점심 메뉴를
처리하려던 회사 일을
읽으려던 책 제목을
가보고 싶었던 곳을
꼭 말하고 싶던 그 단어를
누군가와의 약속을
눈물을
웃음을
사람을
사랑을
잊고 잃은 어떤 것을
또 잊어버리고-
또 잃어버리고-
통제 안 되는 수억 개의 망각과 상실들이
통제 안 되는 나를 매일 관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