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요리 해먹기

나는 시계의 시침이 아래를 가르킬 때까지 자곤 했다.

by 헤 HE


나는 시계의 시침이 아래를 가르킬 때까지 자곤 했다. 바깥은 어두운 시간이었다. 그 때 눈을 뜨고서도 일어나지 않은 채 핸드폰만 뒤적거렸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엄마가 ‘설마..’ 싶은 목소리로 나를 불러 깨웠다. 그제서야 슬그머니 일어나 다 식은 아침밥을 버석 버석 먹었다. 동생의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왔다. 집에 온 동생은 곧 퇴사일이 다가온다며 좋아했다. 그리곤 내게 퇴사하면 자신이 점심과 저녁을 만들테니 네가 아침을 만들으라는 제안 아닌 제안(아니면 니가 점심 저녁하던가)을 했다. 나는 두 끼를 만들 자신이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협박이자 불공정 계약같은(정작 그녀가 점심 저녁을 만든 횟수는 두번이었기 때문이다) 이 제안을 수락했다.

동생의 퇴사일이 오지 않기를 속으로 매우 빌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나의 천국은 끝이 났고 매일 아침 나는 주방에 서서 토스트 3인분을 생산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따뜻한 토스트를 먹으면서 식곤증이 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침을 해 먹으면 잠이 깬다는 거였다. 그리고 토스트 한조각도 대충 때웠다는 느낌이 아니라 챙겨 먹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나를 이렇게 생각하게 해준 오리지널(?) 간편 요리를 몇개 더 소개해 보자면(갑자기..) 떡볶이 소스를 만들어 어묵과 끓이기만 하면 되는 어묵볶이, 레토르트 비빔밥에 밥 대신 두부를 넣어먹는 두부 비빔밥도 있고, 닭고기 스튜 통밀 파스타, 에그인 헬 파스타 등이 있다.

아침에 요리하는 일상은 동생이 이직하자마자 끝났다. 그렇다. 장점도 많지만 해먹기 귀찮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잠자기 바쁜데 요리는 무슨’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의 장점이 분명하기에 이렇게 한 페이지에 실어본다. 나처럼 그만 두더라도 한번 해먹어보라! 추울 때 먹는 닭고기 스튜 통밀 파스타는 참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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