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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 찾아 Aug 15. 2018

직장 내에서 '믿는 것'의 중요성

내 직무에서 믿음, 소망, 사랑 이 셋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장 13절)


아마 성경을 보지 않으신 분들이더라도 이런 성경구절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믿음, 소망, 사랑은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수 많은 분들이 인류 역사를 통해 글을 남기셨을 테지만, 저는 직장 생활에서 자기 업무에 대한 "믿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직장 내에서도 저는 여러분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라고, 또 사랑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직업(職業)을 가졌을 때, 업(業)으로서, 즉 '어떠한 일을 수행하라고 주어졌을 때' 동기부여 차원 및 그 일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말이 시작부터 너무 거창해져서 제가 끝까지 잘 풀어낼 수 있을지는 갑자기 의문이 드네요.



먼저 제가 첫 번째 직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있었던 첫 번째 인사팀의 경우에는 예의, 의전 등을 매우 중시 여기는 조직이었습니다. 로열티(충성심)에 대한 요구도 많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한 한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충성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조직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 과했습니다.


인사팀 내에서 한해에 계획된 많은 일들이 있지만 그중의 하나는 바로 '야유회'입니다. 이런 야유회 계획업무는 보통 재미있고 활동적인 친구에게 많이 주어졌었는데요. 처음에는 그 친구도 아주 야심 차게, 그 당시 유행하던 1박 2 일식 게임들이 즐비한 획기적인 야유회 계획을 세웠지만 번번이 윗선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몇 년 그렇게 하더니 나중에는 결국 하나의 틀에 박힌 야유회 안이 나오게 됩니다. 오전에 출발해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3시간 정도의 산행을 하고 저녁 먹기 전에 족구를 하다가 저녁에는 술과 고기를 밤새 먹고 다음날 돌아오는 식이 되었던 겁니다. 가장 안전하면서도 나이가 많으신 윗분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등산이 필수 코스이고, 그 후에는 재롱잔치처럼 젊은 친구들이 족구나 그에 준하는 스포츠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별다른 선택 없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자는 겁니다. 그 친구가 나중에는 하는 말이 '이거 해서 뭐하냐? 했던 거 또 하고 또 하고. 이젠 지겹다'라고 하더라고요.


위와 같은 일화를 통해서 회사가 직원에게 업무를 줄 때 실패한 것은 바로 Task Significant(일의 의미, 취지)입니다. 저는 좀 더 소통하기 편하게 '믿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1) 해도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 2) 따라서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동기(Motivation)를 잃게 됩니다. 그 결과는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일들은 비단 예화로 들었던 야유회뿐만이 아니라 중요한 업무에서도 나타납니다. 일례로 저도 해마다 직원들의 Promotion(승격, 승진)을 위해 수천 명의 고과를 수년 치를 돌리면서 데이터를 뽑아냈고, 또 각 부서장들이 평가시즌마다 평가를 잘할 수 있도록 독려했지만, 저도 어느 순간에 하던 말이 '에구, 이거 해서 뭐하냐, 결국 고과를 잘 줄 사람은 눈에 뻔히 보이고, 또 고과가 안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승진이 될 텐데'이었습니다. 제가 하던 일이 그 목적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을 잃어버리는 순간이었죠.


야유회는 왜 가는 것일까요? 그 누구도 제게 말해주진 않았지만 제가 짐작하기로는 오랫동안 업무에 시달렸던 직원들이 외부로 나가서 스트레스도 벗어던지고, 또 대화도 많이 못했던 동료직원들이나, 평소에 다가가기 힘들었던 상사와 함께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데 의의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야유회를 기획하는 사람도 그런 일들이 야유회 기간 동안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곧 그 일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더 이상 일을 잘하려고도, 개선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직원 평가도 마찬가지지요. 직원 평가는 회사에 기여한 직원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주고 그렇지 않은 직원에게는 다르게 평가하여, 기여도가 높은 사원에게는 보너스이든, 임금인상이든, 승진이든 간에 보상을 하여 더 높은 성과를 내게 하고,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더 열심히 하도록 채찍질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승진 철이라고 A를 주고, 또 업무와 상관없이 상사와 친하게 지냈다고 A를 준다면, 평가 담당자는 이 제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개선하거나 더 잘하려는 태도가 없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조직에서 정말 좋은 리더는 믿음을 심어주는 리더입니다. 종교에서도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본질'이고 또 믿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 '본업'인 것처럼, 리더의 역할도 맡겨진 일이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하고, 또 그렇게 되도록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이 실재가 될 때 더 강해집니다. 주문을 걸 듯 "네가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야"라고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의 본질을 이야기해주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함께 예측해 내고,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 직원은 '내가 하는 일이 정말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구나'라는 믿음이 생기게 되고 더 잘 해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직원이 많은 회사는 나날이 성장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 저를 아주 강하게 흔들었었던 질문이고 지금도 고민 중인 질문인데요. 리더십에 관한 질문입니다.


좋은 리더는 하찮은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믿게 하거나', '과장하거나' 혹은 '속이거나' 해야 할까요? 아니면 중요하지 않은 일은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어야 할까요? 

 

 다음 글에서는 제가 던진 질문과 함께 리더십에 대해 제가 생각해 본 바를 나눠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글 중 언급한 Task Significance는 직무를 설계할 때 동기적 접근방법에서 한 요소입니다.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 짧게 정리합니다.

 

[Motivational Approach]

직무 설계에서 동기적 접근 방법은 조직 심리학에 근거합니다. 직무 설계에서 일의 특성이 어떻게 심리학적 의미와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려로 시작되지요. Job characteristic Model은 직무 설계가 어떻게 직원들의 반응에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인데 그를 구성하는 5가지 요소는 Skill variety(직무가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술들), Task identity(일이 완성되기 위해서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 중 어느 정도를 실행할 수 있는지), Autonomy(일이 진행되도록 개인이 얼마만큼 결정할 수 있는지), Feedback(일 자체에서부터 오는 업무 효과성에 대한 명확한 정보), Task significance(일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이 있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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