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 찾아 Aug 08. 2018

면접, 그 불완전성에 대하여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자구요.

채용에는 많은 기법들이 있습니다. 어떤 조직들은 시험을 봐서 적절한 사람을 찾아내기도 하구요, 어떤 조직은 추천을 받아 채용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용기법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면접입니다.


면접은 일반적으로 '직무에 적절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대화를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적격성을 평가하는 방법'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면접은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을 만나서 대화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합니다. 당연히 유명세가 있는 기법이니 만큼 이에 대한 연구도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수 많은 연구들은 '세심한 주의가 없으면' 면접이란 것은 1) 신뢰할만 하지도 않고, 2) 타당성도 현저히 낮으며, 3) 특정 집단에 상당히 편견을 가지게 되는 기법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게다가 다른 기법들에 비해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듭니다. 왜냐하면 면접관(들)이 실제로 면접을 진행해야 하고 지원자가 그들 앞에 나타나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요즘에는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컴퓨터 등으로 화상 면접을 보는 기업들도 더러 있으나 아직도(아니면 상대적으로 나라가 작아서인지) 눈 앞에 직접 나타나 주기를 바라는 기업이 많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인간이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수의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최근 기사를 보니 AI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금지된 질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종교나 결혼여부 등 업무를 수행하는데 관련없는(하지만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굳게 믿는) 질문을 물어보는 결례를 범하기도 합니다. 면접이 한편으로는 회사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좋은 창구이면서도 민낯을 드러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합격자에게는 큰 기쁨을 주지만 불합격자에게는 두고두고 나쁜 기억을 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불합격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상해야 할지도 인사팀의 큰 걱정 중 하나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러한 오류와 실수를 극복하고자 Structured interniew, 곧 설계된 면접기법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제한된 시간내에 필요한 정보만 얻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실수는 줄이자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유교사상 덕분이지 몰라도(혹은 그것이 제대로 맞기도 합니다만) 많은 어르신들이 몇마디만 나눠보면 그 사람이 어떤지 알 수 있다고 자부하시기 때문에, 임원분들은 대부분 본인이 좋은 사람을 뽑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일설에 의하면 현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내 모그룹사에서, 수십년 전에는 관상쟁이를 면접시에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분들의 경험과 능력으로는 정말 '좋은' 사람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사람 좋고 조직에 융화가 잘 되는. 이정도만 해도 50% 이상은 잘 해낸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일을 잘 할' 사람인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그들만의 확고한 채용기법으로 유명한 구글에서도 전에 인사 책임자였던 라즐로 복은 '조직 내 한 사람의 독단적인 채용 결정으로 인해 그 영향력이 전체 조직에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단독 결정 및 그 힘을 줄여내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시선으로 여러 사람을 통해 검증받는 인재가 좀 더 확실하다는 결론이겠지요.(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제가 정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던 구글 코리아 인사 상무님의 강연의 내용을 라즐로 복의 Work Rules라는 책의 내용과 결합하여 한번 글을 써보고 싶네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또한 어떤 학자는 면접으로 인한 채용에 대해 성공률이 마치 동전 던지기와 같다고까지 비유했습니다. 면접이 그만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면접에서 모두가 납득할만한 공정성을 찾아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오히려 저는 '이유있는 취향'이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공기업이나 공무원들은 국민이 납득할만한 기준을 갖추어야 하겠으나 일반 사기업에서는 조직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하는 작업을 많이 하여 자신들에게 필요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재상을 확정하여, 그에 준하는 지원자를 뽑는것이 결과적으로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면접기법이 남아있고, 또한 매우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동시에 최종 관문이기도 한 이유는 자신과 같은 조직안에 두려는 사람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 때문이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결국 인간은 나와 타자로 구분하고, 내 커뮤니티와 다른 이의 커뮤니티에 대한 선을 긋고 싶어 하는데 그 선 안에 들어오게 하려는 사람을 아무리 무수한 데이터가 증명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눈으로 보고 결정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요?


많은 회사들이 이러한 결점을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면접 기법을 연구하고, 그리고 그 내용을 면접관들에게 교육시키려고 하지만 인간의 노력이 마음처럼 쉽게 결과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는 빈틈은 현업부서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하시는 실무자나 관리자 분들이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아 봅니다. 만약에 전문 면접관이 회사내에 하나의 독립된 업무로서 있다면 이런 노력들이 결과물로 쉽게 나타나고 단점들을 극복하기 쉬울텐데, 대부분 인사팀에서 가진 각 업무의 전문성의 한계(예를 들어 인사팀 직원이 엔지니어가 가져야 할 기초소양에 대해 무지함)와, 같이 실제로 일하게 될 현업 직원들의 의견도 수렴하기 위해 현업부서 면접관의 필요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업에서 바쁘게 일하시고 야근도 감수하시는 분들께 시간을 별도로 내어 강도높은 면접관 교육을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많은 면접을 봤었습니다. 면접 방식에 매료되어 정말 가보고 싶었던 회사도 있었고, 정말 별 이상한 것을 물어보던 회사도 있었습니다. 일례로 제가 학부를 언론관련 공부를 했었기 때문에 어떤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 지원했을 때 혹시 '아는 기자가 있냐?'는 질문도 받아봤었습니다. 저는 떨어지고 당연히 아는 기자가 있다고 답한 친구가 채용이 되었지요.


결론은 면접에 떨어졌다고 너무 기죽지 말자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면접이 그렇게 신뢰도 있는 평가 방법이 아니잖아요. 이미 채용자를 정하고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 면접 때 이상한 질문을 물어보는 회사, 업무시 영어도 안쓰면서 토익 점수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 다 그들만의 기준에 맞는 사람들 찾고 있는 것이니 행여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이 다른 생각(혹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많은 취업준비생들의 놀라운 능력을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제가 입사할 때만 하더라도 선배들이 '어떻게 이렇게 토익점수도 준비하고 학점도 관리를 잘 했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분들보다 아마도 제가 더 경쟁적으로 대학 4년(실제로는 군대 포함 9년)을 보냈나 봅니다. 제가 요즘 보는 이력서를 보면 제 표현대로 '이 직업을 위해 태어난 지원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학점도 좋고, 봉사활동 경력에, 수상 경력에, 인턴쉽에, 자격증에, 영어 점수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까지. 정말 대학 4년간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다 했나, 어떻게 한가지 목표만을 위해 노력해왔나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해냈더군요.


여러분이 이룬 것을 알아봐주는 회사, 꼭 있을 것이고, 꼭 생기게 될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