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이런 것.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어느새 서른의 반을 넘어선 생일.
예전의 생일은 참 시끄러웠다. 십 대, 이십 대에는 서로의 생일을 외우는 것이 관계의 성실함처럼 여겨지곤 했다. 열두 시가 되면 누가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내나 내기하듯 경쟁하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풍경이 없다.
오늘 내가 받은 유일한 축하 메시지는 보험 설계사 아저씨에게서 온 것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문장은 따뜻했고, 나는 조금 웃었다. 그 웃음이 생일을 축하받는 기분과 정확히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왁자지껄한 축하가 사라진 대신, 오늘은 이상할 만큼 충만한 하루였다. 아마도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인, 남편과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어서일 것이다.
올해는 서프라이즈가 없어도 괜찮았다. 특별한 케이크를 먹기 위해 남편을 새벽부터 빵집 앞에 세워두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래서 선물은 생일 며칠 전, 가족끼리 함께 쇼핑을 갔다가 좋아하는 책들로 직접 골랐다. 생일 케이크는 언젠가 꼭 먹어보고 싶었던 케이크로 스스로 주문했다. 열다섯 겹을 쌓아 만들었다는 크레페 케이크.
케이크는 생일 아침에 맞춰 문 앞에 도착했다. 상자를 열었을 때, 예상보다 크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노란 크레페가 층층이 쌓여 커다란 보름달 같았다.
그 보름달을 식탁 중앙에 놓고, 아이를 가운데에 두고, 나와 남편이 양옆에 앉았다. “빨리 먹어보고 싶어!” 하며 엉덩이를 들썩이는 아이를 달래고, 함께 초를 꽂았다. 큰 초 셋과 작은 초 여럿. 아이는 제멋대로 꽂아 케이크 한쪽으로만 초가 쏠렸지만,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그냥 두었다.
성냥을 켜자 작은 불꽃이 순간 탁— 하고 깜빡였다. 나는 첫 번째 초에 불을 붙였고, 남편은 그 불을 들고 재빠르게 다른 초들을 밝혀주었다. 둘이서 호흡이 이렇게 잘 맞았던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래.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 하합니다—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 축—하 합니다—♪
남편과 아이가 박수를 치며 힘껏 불러주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동안, 오늘만큼 기쁜 생일이 또 있었던가 싶었다. 아마 오늘이 가장 행복한 생일이라고 나중에도 생각할 것 같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아이가 마치 자기 생일인 것처럼 먼저 초를 불었다. 입김이 약해서 아무것도 꺼지지 않았고, 그 모습이 또 귀여웠다. 그리고 내가 후— 하고 한 번에 껐다.
작년까지만 해도 촛불을 끄기 전에 꼭 소원을 빌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잊었다. 충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후에도 다시 빌지 않았다. 굳이 빌 필요가 없다는 마음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크레페 케이크는 예상보다 달았고, 결국 우리 셋 모두 한 조각씩만 먹었다. 커다란 케이크의 3분의 2가 그대로 남아 냉장고로 들어갔다.
오후에는 특별한 일을 하고 싶어 “곰 공원에 가볼까?” 하고 제안했다. 처음 가 보는 곳. 지금 우리는 그 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다.
이제 오늘의 생일을 떠올리면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그날 크레페 케이크를 먹었지, 그리고 곰 공원에도 갔었지— 하고. 또 크레페 케이크를 보게 되면 곰 공원의 풍경이 함께 떠오를 테고, 그곳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생일 파티가 따라 떠오르겠지.
소중한 기억이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도록, 이렇게 여러 가지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조용히 엮어두는 것.
이건 아마, 나만의 추억을 담아두는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