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달걀을 까는 방법

by 김태은

요즘 점심은 늘 혼자 먹는데, 점심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메뉴를 고정했다. 삶은 달걀 두 개와 두유. 이 정도면 배도 적당히 차고, 오 분이면 끝난다. 남은 시간에는 잠깐이라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 좋다.


처음에는 집에서 달걀을 삶아 먹었다. 그런데 이미 시중에 파는 반숙란의 짭조름한 맛에 길들여진 입에는, 그냥 삶은 달걀이 너무 밍밍하게 느껴졌다. 결국 반숙란 한 판을 샀다.


이번에 산 반숙란은 조금 특이했다. 아래쪽부터 손을 대야 껍질이 잘 벗겨진다. 직접 삶았을 때는 위든 아래든 큰 차이가 없었다. 찬물에 잘 헹군 날은 말끔했고, 그렇지 않은 날은 어김없이 흰자가 따라 나왔다. 그런데 이 달걀은 무심코 위쪽을 깨는 순간, 껍질을 벗길 때마다 흰자가 도톰하게 떨어져 나왔다. 어제는 그렇게 손을 대다 보니 거의 노른자만 남은 상태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도 반숙란 두 개를 준비했다. 첫 번째는 기억해둔 대로 아래부터 조심스럽게 손을 대서 흠잡을 데 없이 말끔했다. 두 번째는 또 습관처럼 위쪽으로 손이 갔다. 역시나 흰자가 잔뜩 말려 올라왔다. 껍질을 두어 번 벗기다 말고, 아이 참, 하고 잠시 멈췄다. 그러다 문득 달걀을 뒤집었다. 방향을 바꾸어 다시 시작하자, 이번에는 거짓말처럼 정리가 되었다. 오늘의 손실은 껍질 두 조각에 붙은 흰자 정도였다. 사소하지만 이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은근히 뿌듯했다.


점심을 마저 먹으며 손에 남은 달걀 껍질을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 무엇이든 잘못 시작했다는 걸 알았을 때,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만이 답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의 나는 이미 방향이 틀어졌다는 걸 알면서도, 조심조심 내가 잘하면 잘될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같은 방향으로 손을 움직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흰자의 대부분을 잃었다.


반면 오늘은 달랐다. 잘못된 걸 알아차리자마자 멈췄고, 방향을 바꿨다. 그 덕분에 손실은 최소한으로 끝났다. 언젠가는 잘될 거라고 버티는 대신, 지금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게 생각보다 훨씬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


계란 하나를 다루며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점심시간에 얻은 깨달음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잘못 출발했다는 걸 알았을 때, 외면하지 않고 조용히 뒤집어보는 것. 그 단순한 태도가 아마 삶의 다른 많은 순간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두유를 마셨다.

수요일 연재
이전 06화숏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