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버려진 우산

비오는 날의 수호자

by 김태은

내가 일하는 도서관에는 버려진 우산이 세 개 있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진 우산 하나, 초록색 스프라이트의 로고가 선명한 우산 하나, 그리고 다소 초라한 비닐 우산 하나. 세 개 모두 접힌 채로, 출입문 옆 우산꽂이에 나란히 꽂혀 있다.


이 우산들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모른다. 내가 이 도서관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정확히 1년 전인데, 그때 이미 우산들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 있다. 누군가가 일부러 옮겨 놓은 흔적도 없이. 마치 자리를 잡은 것처럼, 아니면 뿌리를 내린 것처럼.


나는 가끔 그 앞을 지나다가 걸음을 늦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세 개의 우산이 만들어내는 묘한 균형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색도, 재질도, 분위기도 모두 다른데, 이상하게도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다. 각자 자기 몫의 자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버려진 우산들에게도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면, 주인을 잃은 뒤 꽤 오랜 시간을 쓸쓸하게 보냈을지도 모른다고. 비 오는 날마다 한 번쯤은 문 쪽을 바라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세상에는 그렇게 묘하게 외로움을 풍기는 물건들이 있다. 우산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물건이다. 필요할 때는 절실하지만, 필요하지 않을 때는 쉽게 잊힌다. 그래서 잃어버리기 쉽고, 한 번 잃어버리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우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늘 비가 그친 뒤에야 떠오른다.






하지만 이 도서관에서 우산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비가 예고 없이 내리는 날이면, 직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오간다.


“오늘은 제가 얘를 데려갈게요.”


누군가 그렇게 말하며 우산꽂이로 다가간다. 그 말에는 소유의 느낌이 없다. 마치 잠시 함께 길을 걷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우산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비를 막아준다. 어떤 날에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어떤 날에는 쨍쨍한 햇살을. 비 오는 날에 쓰이던 우산이, 어느새 양산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이 우산들이 생각보다 다재다능한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나도 몇 번 그 우산들을 썼고, 내 옆자리 직원도 썼다. 팀장님도 가끔 쓴다. 얼마 전에는 외부 강사가 강의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참에,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만, 우산 하나 빌려도 될까요?”


나는 기하학적인 무늬의 우산을 내주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날은 그 우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펼쳐져 그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우산들은 주인을 잃은 뒤에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있다. 기능적으로도 그렇고, 정서적으로도 그렇다. 갑작스러운 비 앞에서 잠시 안도하게 만드는 힘.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상상을 한다.
어느 날 도서관 앞에서 누군가 걸음을 멈추고 말하는 장면을.


“그건… 제 우산인데요.”


그리고 그 사람이 우산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서, 오래전에 잊고 지냈던 어떤 시간이 불쑥 되살아나는 것을. 그 우산을 들고 뛰어가던 날, 비를 맞으며 웃던 순간, 혹은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던 누군가의 얼굴 같은 것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아무 말 없이 우산을 내어줄 것이다. 우산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그게 맞을 것이다. 다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 우산들은 우리 도서관에 머문다. 비가 오는 날이면 조용히 빗소리를 막아주고, 햇살이 강한 날이면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존재로.


이름 없는 수호자처럼, 오늘도 아무 일 없다는 듯 그 자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