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했다고 우기는 사람들

기억의 틈에서 생겨난 오해

by 김태은

공공도서관 자료실에서 가장 흔한 민원은 두 가지다.
“저 사람 너무 시끄러워요.”
그리고,
“책 반납했는데 연체라고 문자가 왔어요.”

둘 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이라, 이제는 거의 자연현상처럼 느껴진다.
봄이면 미세먼지가 찾아오듯, 가을이면 낙엽이 떨어지듯, 이 두 민원은 계절과 상관없이 도서관에 스며든다.

첫 번째 민원은 단순하다.
문제가 된 이용자가 정말 시끄러운지 살펴본다.
가끔은 시비가 붙어, 상대방을 고자질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문제가 있다면 정중히 안내한다.
물론,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반박할 확률은 절반쯤 된다.

두 번째 민원은 조금 더 피곤하다.
서가를 확인하면, 책이 없을 확률은 95% 정도 된다.
그러면 다시 전화를 걸어 조심스레 말한다.
“서가에는 책이 없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집에서 한 번만 더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때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정말 반납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 찾아볼게요.” 하는 사람.
그리고,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이 두 부류 사이엔, 얇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예전에 자료실에서 일할 때, 그런 민원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데스크 직원들이 1차로 응대하다가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으면 내게 넘겨주었다.
그날도 그런 전화였다.
책을 반납했는데 연체가 됐다는 항의.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고성.

“당신이 책임자예요? 직원들이 저를 책 안 반납한 사람으로 몰아가는데 너무 불쾌하네요.”

그는 이미 반납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불쾌함을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물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를 몰아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자리에서도 통화 내용은 전부 들렸다.
“책을 반납하셨다구요, 네. 그런데 서가에 책이 없습니다. 반납 기록도 없구요. 번거로우시겠지만, 한 번만 더 확인 부탁드려요.”
그건 마치 정중함을 세 번 덧칠한 목소리였다.

나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금으로선 연체를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 책이 반납되어야 가능해요.”
그 말에 고성이 더 커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도서관에도 원칙이 있으니.


서가에도 없고, 기록에도 없고, CCTV를 확인해도 없는 그 책은, 어딘가에 단단히 숨어 있었다.






며칠 뒤에도 전화가 왔다.
연체 때문에 책을 못 빌린다고.
책이 반납되지 않았는데 연체를 해제해드릴 순 없습니다. 혹시 분실하셨다면, 동일한 책으로 가져오셔야 합니다.”
나는 같은 문장을 읽듯 반복했다.
그는 끝까지 반납했다고 했다.
그리고 “더 높은 곳에 민원을 넣겠다”고 했다.

나름의 각오를 하고 있었으나, 그날 이후로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어느 날 데스크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요즘 그 분, 조용하시네요?”
직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분, 지난주에 그 책 반납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집 어딘가에 있었던 거겠지.
책장의 다른 책 사이나, 서랍 밑이나, 소파 틈 같은 곳.
대부분의 ‘반납했는데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민원은
결국 ‘집에서 나왔다’로 끝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말한다.
“번거로우시겠지만, 한 번만 더 찾아봐 주세요.”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분은 며칠 동안 도서관에 고성과 폭언을 쏟아붓고,
그 책을 발견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그냥 한 마디,
“오해였네요. 죄송합니다.”
그 말 한 줄이면 우리의 씁쓸함도 반 정도는 덜어질텐데.
그 한 줄이,
도서관에는 잘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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