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실적

대출권수와 입관자 수

by 김태은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정성이 아니라 정량이다.

손끝에 닿는 열정이나, 공기처럼 스며드는 분위기, 이용자의 기쁨 같은 것들은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기록할 수 없고, 기록되지 않는 것은 평가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대출권수, 대출자 수, 프로그램 참여자 수, 입관자 수를 센다. 숫자는 언제나 분명하고, 보기에도 편하다.


사실 이 숫자들은 그저 기록일 뿐이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다. 어느 달에 몇 권이 대출되었고, 몇 명이 다녀갔는지를 적어두는 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숫자들은 비교의 대상이 된다. 관장들은 그 표를 나란히 놓고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오래 머문다. 그리고 조용히 노심초사한다. 도서관의 얼굴은 서가가 아니라, 매월 제출되는 표 위에 있다는 듯이.


A도서관과 B도서관이 있었다.

A도서관은 오랫동안 안정적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자료실을 채웠고, 주말이면 프로그램실의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그 풍경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은 늘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인구가 줄었고, 어린이도 점점 사라졌다. 웃음소리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반면 개발 바람이 분 B도서관은 달랐다. 새 아파트가 들어섰고, 사람은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대출권수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A도서관이 앞서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상황은 뒤집혔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 추이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사서들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드디어 따라잡혔군요.”
“이럴 줄 알았어요.”
“요즘 A도서관 어린이 프로그램 모집이 정말 안 돼요.”
“그래요? B도서관은 너무 빨리 마감돼서 민원이 많다던데요.”


그 말들은 정보에 가까웠고, 감정은 그다지 섞여 있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문제가 터졌다. 매월 통계를 정리하던 A도서관 담당자가 관장의 호출을 받았다. 관장은 모니터에 띄운 표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숫자들은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고, 그중 몇 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B도서관보다 실적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담당자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시스템에 기록된 그대로를 옮겼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숫자는 계산되었고, 계산된 숫자를 적었을 뿐이라고. 그러자 관장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출권수는 그렇다 쳐도, 입관자 수는 바꿀 수 있잖아.”


입관자 수는 애매한 수치다. 도서관 문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을 직접 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해진 공식이 있다. 대출자 수, 열람실 이용자 수, 프로그램 참여자 수에 일정한 값을 곱해 추정치를 낸다. 어느 도서관이든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 계산법이다. 그것이 공정하다고 믿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관장은 그 계산법을 건너뛰었다. 그냥 올려 적으라는 지시였다.


담당자는 몇 차례 더 설명했다. 계산 방식에 대해, 다른 도서관과의 형평성에 대해. 그러나 관장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B도서관보다 적은 게 말이 되나.”


그 논리는 이상했지만, 이상하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담당자는 져버렸다. 그렇게 A도서관은 기묘한 통계를 제출했다. 대출권수는 한참 적으면서, 입관자 수는 B도서관보다 많은.


그 숫자는 누구도 진지하게 믿지 않았고, 아무도 그것으로 칭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담당자는 그 이후로 늘 입관자 수를 조금 더 높게 적었다. 지시를 다시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실제보다 많은 수치를 적는다고 해서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도서관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장은 왜 “B도서관보다 적은 게 말이 되느냐”고 했을까. 통계를 제멋대로 바꾸는 일은, 말이 되는 일이었을까.


그 숫자들은 어디로 가는 건지, 그 표를 보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 건지─ 그 질문들에 대해 나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그 날 이후로 나는 도서관의 통계를 마주할 때마다 그 수치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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