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서 어긋난 책상과 의자의 높이
우리 도서관에 자료실과 열람실의 의자에 대한 민원이 들어온 적이 있다.
“도서관 의자가 이상해요. 이 의자에 앉으면 허리가 구부정해져요. 의자를 전부 바꿔주세요.”
홈페이지 열린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그렇게 시작했다.
직원들은 그 글을 읽고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오늘도 이상한 민원이 하나 들어왔군요,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 표정에는 놀람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익숙함이 있었다.
도서관에는 늘 두 종류의 민원이 있다. 충분히 타당하고 귀 기울일 만한 것, 그리고 굳이 그걸 문제 삼아야 하나 싶은 것. 사무실의 직원들은 이미 후자에 꽤 익숙해져 있었다. 반복되는 요구와 설명, 그리고 결국 달라지지 않는 결론들 속에서, 우리는 조금 무뎌져 있었다.
서무는 그 민원을 관장님께 보고했다.
“의자가 이상하대요.”
관장님은 잠깐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의자가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산 지 얼마 안 됐잖아.”
그때 도서관은 개관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도서관이었다. 의자는 모두 새것이었고, 삐걱거림도 없었고, 보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직원들은 직접 앉아보기도 했다. 잠깐, 목적 없이. 특별히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민원을 무시한 건 아니었지만,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정중하게 달았다.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정중한 문장 속에는 늘 같은 뜻이 숨어 있었다. 알겠습니다만,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얼마 뒤 또 다른 사람이 비슷한 민원을 넣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길고,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허리가 어떻게 불편한지, 오래 앉아 있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까지 적혀 있었다. 서무와 관장님은 여전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앉아보았고, 역시 특별한 문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제가 있든 없든, 바꿀 수 없다는 결론.
몇 달이 지나 또 한 번 민원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의자가 아니라 책상이 문제였다.
“책상이 너무 낮아요.”
주체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같았다. 의자에 앉아 책상에서 공부하기가 불편하다는 이야기. 같은 불편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시점에 말하고 있었다. 1년 사이에 세 번. 그제야 직원들 사이에 묘한 어리둥절함이 생겼다.
“이상하네. 앉아보면 괜찮은데.”
서무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냥 직접 알아보고 싶어졌다. 민원이 이렇게 반복된다는 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깐 앉아봤을 뿐이었고, 그들은 오래 앉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차이를 나는 그때 처음 떠올렸다.
나는 처음으로 책상과 의자의 ‘기준’을 찾아보았다.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의자의 높이, 책상의 높이,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이상적인 간격. 숫자와 도표가 화면에 나열되었다. 기준은 생각보다 명확했다.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다음으로 우리 도서관의 가구 정보를 찾아 정확한 규격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우리 도서관의 책상은 기준보다 5센티미터 낮았고, 의자는 3센티미터쯤 높았다. 그러니까 이상적인 차이보다 도합 8센티미터가 어긋나 있었다.
허리가 구부정해진다는 민원은, 실제로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정확하게 느낀 감각이었다. 그들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 내용을 정리해 서무와 관장님께 전달했다.
서무는 “아, 그랬구나” 하고 놀랐고, 관장님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진짜 불편하긴 했겠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구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책상과 의자를 바꿀 수는 없었다. 의자 다리를 줄일 수도 없고, 책상 다리를 늘릴 수도 없었다. 예산이라는 이름의 벽은 언제나 단단했다.
게다가 개관 직후 가구를 바꾸겠다는 건, 가구를 구입한 담당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 담당자는 이미 다른 도서관의 관장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판단을 되돌리는 일은, 언제나 비용보다 체면을 먼저 건드린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하는 답변을 달았을 뿐이다. 그 이후로도 간헐적으로 책상과 의자가 불편하다는 민원은 들어왔지만, 도서관이 가구를 바꿀 수 있는 시점은 여전히 요원하다.
담당자의 무심한 판단 하나는 기록으로는 남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몸에는 남는다.
허리를 조금 더 굽히게 만드는 자세처럼,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