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시계

늘 5분 빠른, 고장난 시계

by 김태은

우리 사무실의 시계는, 도서관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 같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 자리에 걸려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록을 찾아볼 수도 없고, 굳이 찾아볼 이유도 없다. 다만 오래되었다는 느낌만은 분명하다. 그런 느낌에는 대개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잘 맞는다.


흰색 바탕을 여러 겹 감싼 검정 테두리, 묵직한 숫자 글씨체, 그리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빨간 초침. 그 초침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이 시계는 내가 처음 이곳에 왔던 7년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같은 높이, 같은 각도로 걸려 있다. 벽의 색은 몇 번 바뀌었고, 캐비닛은 조금씩 옮겨졌지만, 시계만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시계가 이 도서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직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시계에 대해 한 가지 억울함을 품고 있다.


기묘하게도 이 시계는 언제나 시간이 5분 빠르다. 일부러 정시에 맞춰 놓아도,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정확히 5분 앞서 있다. 4분도 아니고, 6분도 아니다. 늘 딱 5분이다.


만약 10분, 30분, 심지어 한 시간씩 앞서 나간다면 누군가는 나서서 고쳤을 것이다. 하지만 5분은 애매하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시간. 불편하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 그래서 아무도 끝까지 문제 삼지 않고, 사람들은 점점 그 시계의 시간을 진짜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정확한 시간이 아니라, 이 도서관에서 통용되는 시간으로.


5분이 빨라진 시계에는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다.


나쁜 점부터 말하자면, 8시 58분에 출근해도 지각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신규였던 시절, 나는 8시 55분에서 58분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팀장님은 나를 불러 세워 지각이라고 말했다.


“아니에요, 지각 안 했어요. 저 시계가 5분 빠른 걸요.”


나는 억울하게 항변했지만, 팀장님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9시에 일을 시작하려면 몇 시에 와야 하지?”


그 질문에는 이미 정답이 들어 있었다.


“…5분 전에요.”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팀장님은 알면서 왜 55분 이후에 오느냐며 다시 나를 혼냈다. 지금 생각해도 논리라기보다는 태도의 문제였던 것 같다. 시간은 명분이었고, 그 명분은 늘 시계 쪽 편이었다.


좋은 점도 있다. 점심시간이 종종 5분 일찍 시작된다는 것이다. 배고픈 누군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점심시간이네요, 식사하러 갑시다” 하고 말하면, 나는 시계가 빠르다는 걸 알면서도 “네에—” 하고 자연스럽게 따라나선다. 우리의 점심은 그렇게 종종 5분 먼저 시작된다.


하지만 퇴근할 때는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정시 퇴근은 원칙이고, 5분 먼저 자리를 뜨는 일은 말도 안 된다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은, 모두 그 시계가 5분 빠르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각자 자기 좋을 대로 써먹는 거다. 막내 직원의 기강을 다잡고 싶을 때는 지각의 증거가 되고, 배가 고플 때는 점심을 앞당기는 구실이 된다.


그 시계는 그렇게 도서관의 시간을 조금씩 비틀며, 우리를 조용히 농락한다.


나는 가끔 그 앞에 서서 빨간 초침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본다. 그 초침이 향하는 곳은 진짜 시간일까, 아니면 이 도서관만의 시간일까.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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