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열쇠들
예전에 내가 일하던 도서관은 온통 열쇠 천지였다. 자료실, 행사실, 보존서고, 시청각실, 심지어 옥상 출입문까지. 문이 있는 곳에는 늘 열쇠가 있었다.
문마다 열쇠가 달랐기 때문에 직원들은 늘 허리에 작은 금속 소리를 달고 다녔다. 필요한 열쇠는 주머니에 따로 챙겨 다녔고, 나머지는 사무실 벽 한쪽에 있는 거대한 열쇠함에 걸어 두었다. 성인의 몸통만큼 커다란 철제 보관함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이게 정말 열쇠함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철컥, 보관함이 열리는 소리. 짤그랑짤그랑, 열쇠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도서관의 하루는 그런 소리로 열리고, 또 그런 소리로 닫혔다. 누군가는 그 소리를 “시작의 종소리 같다”고 말했다. 나는 그 표현이 꽤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은 늘 그 소리에 맞춰 움직였다.
열쇠들은 이상하리만치 성격이 있었다. 어떤 열쇠는 매끄럽게 돌아갔고, 어떤 열쇠는 꼭 한 번 걸렸다가 열렸다. 어느 날은 열쇠가 잠긴 채로 헛돌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금속의 기분 같은 것이 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문고리를 천천히 눌러 보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기분을 살피듯이. 조금 힘을 빼고, 각도를 바꿔 보고, 숨을 고른 뒤 다시 돌렸다.
찰칵.
그 소리가 나면 하루가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문을 열지 못하면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위해 행사실을 열 때도, 책 정리를 위해 보존서고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열쇠를 깜빡 잊고 오면 모든 일정이 멈췄다. 누군가 제자리에 열쇠를 걸어두지 않으면, 사무실 전체가 열쇠를 찾아 헤맸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는 그 모든 게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그것이 특별한 규칙처럼 느껴진 적도 없었다. 그저 당연한 일.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았고, 굳이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도서관이란 원래 그런 곳이라고 믿었다.
얼마 전, 오래전에 근무하던 그 도서관에 다시 가보았다. 문을 여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열쇠는 사라지고,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면 문이 ‘띠릭’ 소리를 내며 열렸다. 기다릴 것도, 망설일 것도 없었다. 나는 잠시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낯설었다.
도서관은 분명 더 편리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공기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문을 열기 전의 그 짧은 망설임, 주머니 속에서 열쇠를 찾던 작은 동작, 손끝으로 느껴지던 금속의 차가움.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나니, 어쩐지 시간의 결이 조금 미끄러워진 느낌이었다.
사무실 벽 한쪽의 커다란 열쇠함에는, 이제는 도어락으로 바뀌어 더 이상 들어갈 곳 없는 열쇠들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 그 옆에는 새로 붙은 안내문이 있었다.
— 행사실, 시청각실, 보존서고, 옥상 출입문, 기계실은 도어락으로 전환됨.
그 문구를 읽는 순간, 마음속 어딘가가 희미하게 녹슬었다. 나는 열쇠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금속 열쇠들은 자신들이 앞으로도 쓰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묵묵히, 아직 올지 모를 손을 기다리고 있을까.
새 도어락도 언젠가는 고장 나겠지. 시간은 늘 그런 식으로 지나간다. 편리한 것들은 결국 낡아지고, 낡은 것들은 어느새 그리움이 된다.
보존서고를 나서며 문을 닫자, 익숙한 도어락 잠금 소리와 함께 문이 저절로 잠겼다. 이제는 내가 직접 열쇠로 문을 잠글 필요가 없다. 그 사실이 조금은 편했고, 조금은 아쉬웠다.
나는 그 변화의 순간에 잠시 머물렀다.
편리함은 언제나 낯설고, 낡은 것들은 이상할 만큼 오래 남는다. 손끝에는 여전히, 오래된 열쇠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열쇠의 감촉이 아니라, 문을 열기 전에 잠시 멈추던 시간의 기억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