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 불 끄기 당번
열여덟, 열아홉 무렵이었다. 그때 나는 자주 도서관 열람실서 밤 열 시까지 남아있곤 했다. 그 시간까지 계속 열심히 공부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열 시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필요했다. 그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그 시간은 나를 조용히 만족시켰다.
문 닫기 십 분 전이 되면 음악이 흘러나왔다. 부드러운 클래식 선율이었다. 곡의 제목은 몰랐지만, 그 음악이 들리면 이제 하루가 끝나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아주 부드럽게 “이제 정리할 시간이에요”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음악이 시작되면 열람실 곳곳에 점처럼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자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책이 덮히는 소리, 펜이 필통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 가방 지퍼가 올라가는 소리. 크지 않은 소리들이 차례로 이어지며, 도서관의 하루가 닫혀갔다.
나는 늘 조금 늦게 나가곤 했다. 모두가 일어선 뒤에도 몇 분 더 앉아 있었다. 아마도 ‘끝까지 남아 있는 나’라는 이상한 자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은 그저,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의 공기를 조금 더 오래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급히 짐을 챙겨 나섰지만, 그 몇 분은 늘 내 것이었다. 아무도 없는 열람실, 아무도 없는 계단. 그 고요한 공간 속에서는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았다. 도서관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벽과 책장과 천장이, 조용히 나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도서관의 직원이 되었다. 이제는 도서관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도서관을 닫는 사람이 되었다. 지켜지는 쪽에서, 지키는 쪽으로 자리가 바뀌었다.
가끔 방호 담당자가 부재인 날에는, 밤 열 시 마감을 혼자 맡아야 한다. 그런 날이면 9시 50분이 되자마자 음악을 튼다. 도서관의 하루를 정리하는 신호다.
나는 열람실부터 천천히 돈다. 계단을 내려가고, 복도를 지나고, 화장실 문 앞에 서면 잠시 멈춘다. 문 닫힌 화장실은 언제나 조금 조심스럽다.
“화장실은 꼭 꼼꼼히 확인해야 해. 혹시 숨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예전에 그런 인계를 받은 적이 있어서다.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매번 손끝으로 문을 천천히 민다. 아무도 없을 때마다, 아주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쉰다.
모든 층을 돌고 나면, 위에서부터 불을 하나씩 끈다. 형광등이 하나 꺼지고, 또 하나 꺼질 때마다 도서관은 조금씩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낮 동안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은 공간이, 이제야 눈을 감는 것처럼.
문을 잠그고, 사무실을 정리하고, 퇴근 버튼을 누른다. 마지막으로 1층의 불을 끄면 세상은 거의 어두워진다. 유리문 너머의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스며들어, 내 팔의 윤곽 정도만 겨우 보인다. 그 순간, 도서관은 비로소 밤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낮에는 사람을 품고, 밤에는 스스로를 감추는 장소. 숨을 낮추고, 움직임을 멈춘 채,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
아무리 도서관을 좋아하는 나라도, 그 어둠 속에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다. 나는 서둘러 문을 나선다. 문을 잠그면 전자음이 짧게 울린다. 뒤돌아보면 도서관은 낮보다 훨씬 커 보인다. 어둠 속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거대한 그림자처럼.
묘한 안도감이 든다. 오늘도 나와 도서관이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는 생각에. 그리고 오전 아홉 시부터 밤 열 시까지, 책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의 공기를 지켜냈다는 피로가 천천히 몸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런 밤은, 가끔은 괜찮다.
고요하고, 조금 외롭고,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