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근무의 장점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되면, 보통은 ‘출퇴근’이 좋다. 이건 꽤 큰 장점이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느냐만은, 나는 출퇴근길이 막히는 걸 정말 싫어한다. 도로 위에 가만히 멈춰 있는 시간은, 나에게 늘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를 남긴다.
나의 하루는 생각보다 짧다. 일도 해야 하고, 가족과 시간도 보내야 하고, 잠도 자야 한다. 틈이 나면 글도 쓰고 싶다. 그런데 출퇴근길에 차 안에서 한 시간씩 갇혀 있으면, 그 두 시간이 통째로 증발해 버리는 기분이 든다. 내 하루에서 가장 무의미한 시간.
그 시간을 어떻게든 보람차게 만들고 싶어 시사 라디오를 틀어보기도 했고, 외국어 팟캐스트를 흘려보내기도 했다. 처음에는 나름의 성취감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모든 소리가, 정체된 차 안에 깔리는 배경음처럼 느껴졌다. 듣고는 있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소리들.
최근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완전한 주거 지역 한가운데 있다. 아파트와 주택, 작은 상가들로 둘러싸인 곳이다. 출근 시간만 되면 무수한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쏟아져 나와 도심의 업무지구로 향한다. 그 흐름은 늘 일정하고, 빠르다.
나는 그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간다. 사람들이 비워두고 떠난 아파트들을 향해, 천천히 들어간다. 이 역행의 감각이 좋다. 무리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기분. 세상이 한쪽으로 움직일 때, 나만 홀로 반대편으로 걷는 듯한 고요한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요즘의 출근길은 대체로 느긋하다. 조용하고, 그리고 조금은 기분이 좋다. 때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오래전부터 듣던 곡들,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음악들. 때로는 아무것도 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바람 소리나 차 안의 미세한 진동이 하루의 첫 배경음악이 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빗방울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와이퍼가 일정한 속도로 유리를 훑을 때, 그 리듬을 따라 생각도 느려진다. 이런 시간은 생각보다 괜찮다. 아니, 꽤 괜찮다.
가끔은 삼십 분쯤 일찍 일어나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차를 두고 걸어서 출근한다. 열 번 중 한 번쯤, 아주 드물게. 걸으면 사십 분 정도 걸린다. 날씨가 좋을 때면, 그 시간도 나쁘지 않다. 익숙한 길이 천천히 낯설어지고, 그 낯섦이 오히려 하루를 또렷하게 만든다.
그날만큼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아무 소식도 확인하지 않는다. 등교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아이들은 가방마다 인형을 하나씩, 아니면 두세 개씩 달고 다닌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 인형들이 대롱대롱 흔들린다.
유난히 인상적인 아이도 있다. 검정 가방에 인형이 스무 개쯤 매달려 있는 아이. 무게만 해도 꽤 될 텐데, 그걸 매고 천천히 걷는다. 나는 그 인형들의 무게보다, 그 아이가 걷는 속도가 더 마음에 남는다. 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 여유가 묘하게 사랑스럽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면, 도서관이 보인다. 유리문 너머로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서가의 고요함이 기다리고 있다. 불이 모두 켜지지 않은 공간, 막 잠에서 깬 듯한 책장들.
그래도 이곳에서 일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이 시간만큼은 자연스럽게 든다.
아직 하루가 시작되기 전의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는 이미 내 하루의 일부를 되찾았다는 기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