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떠나는 사서

다시, 책 곁으로 돌아오기 위해

by 김태은

도서관이 좋아서 사서가 되었다.
그건 지나치게 단순한 문장이지만, 사실이었다.
책을 다루고, 사람을 만나고, 서가 사이를 오가는 일이
나에게는 꽤 오래된 꿈이었다.

그런데 일이라는 건, 대체로 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번번이 벽에 부딪히고, 마음이 조금씩 부서지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나는 그것을 아주 천천히 배웠다.

사서의 일이 경시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내가 잘한다고 인정받을수록 이상하게도 도서관과는 거리가 먼 일만 더 맡게 됐다.
‘사서’라는 이름이 붙은 일은 오히려 뒤로 밀렸고
“이건 너라면 할 수 있지?”라는 말만 남았다.

아무리 말해도, 아무리 주장해도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결국 아무 일도 맡겨지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오래된 논리가 도서관의 공기처럼 굳어 있었다.
일곱 명이 있는 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늘 두 명 뿐이었고, 서른이 넘는 조직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나는 지치고, 닳고,
도서관에 대한 애정도 조금씩 희미해졌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문헌정보학을 전공했을까.
왜 하필 사서가 되었을까.
왜 하필 이 지역에서 일을 시작했을까.
그리고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성실하다는 건, 최선을 다한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나는 ‘일을 맡기기 가장 쉬운 사람’, 그러니까 써먹기 좋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걸 알아차렸을 때, 가볍지 않은 피로감이 가슴 깊숙한 곳에 살짝 내려앉았다.

그런 생각들이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하루하루 조금씩 지쳐갔다.
어떤 날은 사무실 문을 열기 전에 숨을 크게 들이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이건 조금 이상한 신호였다.

그래서 결국, 도서관을 잠시 떠나기로 했다.
멀리 가려는 건 아니다.
그저 조금 떨어져 보고 싶었다.
도서관을 너무 사랑했던 시간 전체가 조금씩 퇴색하는 것 같아 그걸 더 잃어버리기 전에 멈춰 서고 싶었다.

사람이 마음을 회복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도서관도, 나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사서답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서의 일을, 사서의 손으로.
도서관을 좋아했던 그 마음을 조금 더 온전한 채로 지킬 수 있기를.

그런 마음으로,
나는 잠시 도서관을 떠난다.

다시 좋아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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