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데려온 사람

도서관의 기묘한 사람들

by 김태은

도서관에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원치 않아도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얼굴들이 있다. 기억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식이다. 지우려고 할수록 더 또렷해진다. 희미한 냄새처럼, 갑자기 아무 맥락 없이 떠오른다.


예컨대 동물을 데려오는 사람들.


개를 데려와 입구에 묶어두는 일은 그나마 익숙한 편이다. 가끔 개가 주인을 찾으며 왕왕 짖거나, 들어오는 이용자 모두에게 다가가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화들짝 놀라는 문제가 생기긴 한다. 그래도 그 정도는 예상 가능한 범주다.


“책 빌리는 동안 잠깐만 맡아주세요.”


그런 부탁도 종종 있다. 번거롭긴 하지만, 아주 낯선 요청은 아니다. 우리는 대개 정중하게 거절하고, 그 과정은 비교적 평화롭게 끝난다.


그런데 어느 날, 개가 아니라 토끼를 데리고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토끼는 작고, 무엇보다 조용하다. 가방 안에 몸을 웅크리고, 귀를 접고 있으면 존재감이 거의 없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그 침묵이 잘 어울리는 동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발각된 것은 옆자리 이용자의 은밀한 제보 덕분이었다.


“저기요… 토끼를 데려온 것 같아요.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요.”


그 말은 낮았고, 조심스러웠다. 마치 괜한 오해를 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태도였다. 직원이 다가가 확인했을 때, 가방은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퍼 사이로 토끼의 귀가 불쑥 튀어나왔다. 흰 귀였다. 서가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그 귀는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보였다.


“토끼는 데리고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직원은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그 문장은 수없이 연습된 문장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토끼를 데리고 오지 말라는 건 안 써 있잖아요.”

“반려동물 출입금지라고 안내문에 있습니다.”
“거기 그림에는 개만 그려져 있었어요.”


짧은 대화였지만, 그 사이에는 묘한 긴장이 흘렀다. 말은 차분했지만, 서로 다른 논리가 공중에서 맞부딪히고 있었다. 결국 토끼와 주인은 도서관을 나섰다. 토끼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방 속에서 조용히 흔들릴 뿐이었다.

직원은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 얼굴에는 이미 하루치 피로가 한꺼번에 내려앉은 표정이었다. 그 피로는 토끼 때문이라기보다, 설명해야 했던 시간과 말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토끼 대신 새가 등장하기도 했고, 햄스터가 가방 속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조용한 날이었다가, 어떤 날은 이상할 정도로 그런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직원들은 회의실에 모였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내 문구를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반려동물 금지. 개, 고양이, 토끼, 새, 햄스터 포함.”


그 말은 진지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곧 이런 반박이 나왔다.


“그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을 다 적어야 합니까?”


회의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났다.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누구도 웃지 않았지만, 어쩐지 희극 같은 공기만 남았다. 웃기지 않아서 웃지 않은 것이 아니라, 웃어도 되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웃지 못한 표정들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도서관을 둘러볼 때, 가방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책이 들어 있을 거라 믿으면서도, 가끔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곧 사라지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도서관은 조용한 곳이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이, 아무 소리 없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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