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사서: 작은도서관 관리

공립 작은도서관의 착각

by 김태은

나는 도서관을 좋아했다.


아니, 좋아한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하다. 그건 동경에 가까웠다. 어릴 적 꿈속에서 본 풍경처럼.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먼지가 부유하며, 누군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곳.
그런 곳을 언젠가 나도 지켜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사서가 되었다.

그때 내가 떠올린 도서관은 시립도서관이었다.
커다란 서가와 유리벽 너머의 정원, 늘 일정한 온도의 공기. 어디에 있어도 책 냄새가 은근히 배어 있는 그런 곳. 그것이 내가 믿은 ‘도서관’이었다.

‘작은도서관’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건, 일을 시작하고 나서였다.

업무 담당이 ‘작은도서관 관리’로 정해진 뒤였다.

도서관법은 작은도서관을 이렇게 정의한다.
“주민의 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생활 친화적 도서관문화를 향상시키기 위한 공공도서관의 한 종류.”
언뜻 들으면 따뜻하고, 정의롭고, 꽤나 훌륭한 문장이다.

그러나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그 문장 안의 세계는, 현실과는 아주 조금 어긋나 있었다.

작은도서관은 공립과 사립으로 나뉜다. 공립은 지자체가, 사립은 개인이 운영는 곳이다.

우리 지역에는 공립이 여섯 곳이었고, 사립은 쉰 곳이 넘었다. 합치면 예순 개 정도였다.

나는 그 모든 곳을 관리해야 했다.
서류로, 전화로, 그리고 가끔은 직접 몸으로.

공립은 개수로는 적었지만, 피로도는 훨씬 높았다.
왜냐하면, 공립은 내가 ‘직접 해야 하는 곳’이었으니까.

우리 공립 작은도서관에는 직원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 혼자였다.

여섯 개의 도서관을 한 몸으로 돌려야 했다.
책을 사고, 프로그램을 짜고, 강사비를 지급하고,
시설을 수리하고, 민원을 받았다.
누군가는 문을 지켜야 하니까, 봉사자를 섭외하고, 실비를 지급했다.
가끔은 고장난 문고리를 직접 고쳤다.
전공은 문헌정보학이었지만, 손에는 늘 드라이버가 들려 있었다.

수도 없이 밀려오는 일들을 처리하며 버텼지만, 때로 지칠 때도 있었다.

어느 도서관에서 쥐를 봤다는 신고가 들어왔을 때였다. 나는 바로 소독을 하고 쥐덫을 설치해주었다.
봉사자들이 쥐덫에 쥐가 잡히면 무서워서 치울 수 없으니, 와서 치워달라고 말했다. 이해는 했지만, 나도 무서웠다.

위에서는 좋아했다.
한 명의 인력으로 여섯 개의 도서관이 돌아간다. 효율적이었다.
도서관법의 정신에도 딱 맞았다.
“주민의 자치와 참여를 기반으로 한 운영.”

이상적이다.
정말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용자가 늘어나니 민원이 늘었다. 시설은 낡아갔다. 책이 늘어나 서가가 모자랐고, 컴퓨터가 멈췄고,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내가 시도때도 없이 통화 중이니 늘 통화 중이라 바로 연결이 안 되어 불편하다고 했다.

메일을 남겨주면 연락드리겠다 하니, 메일은 잘 사용하지 못하니 어렵다고 했다.


결국 내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
그날 이후로, 문자와 전화는 밤낮없이 울렸다.
휴일도, 새벽도, 구분이 사라졌다.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퇴근하고도 일하고 있었다. 나보다 스무 살은 많은 봉사자들과 의견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묘한 평온이 찾아왔다.

몸이 일의 리듬을 기억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문자가 와도 급하지 않으면 다음날 답한다.
대부분의 일은 ‘문제없을 만큼만’ 처리한다.

프로그램은 예전 것을 조금 고쳐 쓰고, 책은 새로 출간된 것으로 채운다. 시설은 믿을 만한 한 업체에 맡긴다.

도서관은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정확히는, 그저 버티고 있는 거지만.

위에서는 여전히 만족해한다.
한 명의 인건비로 여섯 개의 도서관이 움직인다.
보고서에 쓰기 좋고, 회의에서 말하기에도 좋다.


“주민자치형 도서관 운영.”

—그럴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도서관리도, 프로그램도, 시설도
모두 ‘문제만 안 생기면 된다’는 기준으로 굴러가고 있다.

나는 수없이 건의했다.
공립 작은도서관 한 곳마다 최소 사서 1명은 있어야 한다고. 공무원이 아니어도 좋다고. 공무직이든, 기간제든, 상관없다고. 그래야 제 기능을 한다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예산이 없어.”

“지금도 잘 돌아가잖아.”

그들이 말하는 ‘잘 돌아간다’는 건, 대개 ‘아직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책장 사이로 먼지가 떠다니고, 전등이 희미하게 깜박일 때면 나는 문득 그 문장을 떠올린다.

“주민의 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한 도서관.”

그건 오래전에 누군가 써놓고,

이제는 아무도 다시 읽지 않는 표어 같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보고서를 쓴다.
이상 없음.
딱 그만큼만.